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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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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전태일노동대학대표 '이론은 맑스, 실체는 전태일' 확고불변의 진리를 부정하면서 오 멋져라, 머리를 옆으로 흔드는 것은! - 브레히트 중에서 49년생 김승호, 48년생 전태일. 두 사람은 친구다.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던 전태일이 대학생 친구를 원할 할 때는 서로를 몰랐다. 노동자와 대학생인 그들은 만날 수 없었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에야 인연이 열렸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피맺힌 외침에 삼동친목회 친구들 김영문, 신진철, 이승철, 임현재, 최종인이 ‘청계피복노조’를 만들었다면 “나를 따르라”는 간곡한 요청에는 김승호가 가만히 손 맞잡았다. 1970년 11월 13일 대학생 배지를 떼고 노동운동에 투신해 “아직도 전태일이냐”는 말을 들으며 새천년을 맞았고 그해 을 세웠다. 공부하는 노동자 전태일의 부활로 40년 세월 신실한 우정을 다지고 있는 김승호 대표..
심보선 시인 - 나의 시는 1.5인칭 공동체 언어다 “사실 시를 쓰면서도 열심히 시를 읽지 않았어요. 당시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저보다 시집을 많이 읽은 문학소녀였죠. 그 친구가 기형도 시집을 빌려주었어요. 그때 지하철 안에서 읽고 다녔죠. 꽤 여러 번 읽었어요. 그 이유가 뭐였냐 하면, 시집을 그 친구에게 돌려주면 바로 ’안녕’을 고할까 봐 ‘완독’을 미루고 있었던 거죠. 물론 그러는 와중에 빨리 돌려달라는 그 친구의 독촉 전화는 계속됐지만.(웃음) 그래서 아직 다 못 읽었다고 미루고 미루고 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어요. 결국 돌려줬는데 그러고 나서 바로 퇴짜 맞았죠.(웃음)” – 기형도 20주기 기념문집 발간기념 좌담 중에서 남겨짐, 그 후 폐인되는 사람 있고 시인되는 사람 있다. 심보선은 시인이 됐다. 1994년 조..
최기영 대목장 "이음새 하나가 천년을 간다" 전란에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서 목수가 되었다.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나무를 깎으며 해를 지우고 연장을 익히며 봄을 맞았다. 그 세월이 40년. 몸에 각인된 근성과 감각은 독창성으로 발휘되었다. 이음새 하나가 천년을 간다는 ‘장인의 윤리’로 봉정사 극락전, 백제문화단지 등 국보급문화재를 생생히 복원했다. 마음을 다스리고 나무와 교감하며 역사를 되살리는 대목장 최기영. “살아온 대로 말하고 원칙대로 일한다”는 그를 만났다. 상상을 현실로 짓는 큰 목수, 최기영 지난 추석에 KBS추석특집다큐멘터리 ‘천년문화재와 만나다’ 대목장 최기영 편이 방영되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인터넷 다시보기 순위 9위까지 올랐고 시청소감 게시판에는 찬사가 줄을 이었다. 둥근달처럼 넉넉한 표정, 소탈한 말투, 우직한 장인정..
이상엽 사진가 - 레닌에서 만화까지, 사진 그 가능성의 중심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 진은영 ‘긴 손가락의 詩’ 중에서 # 레닌, 기억 레닌이라니. 전생에 잠깐 스친 첫사랑처럼 흠칫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이름이다. 우연찮게 일 년 터울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2006) (2007) (2008) 각각 시집, 사진책, 철학서인데 표지나 표제가 빨갛다. 마치 3부작 같다. 아직도 참숯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레닌을 호명하는 이들은 뉘신가. 시인 김정환은 레닌을 노래했다. 기억의 시간의식이 ‘지워지는 것’은 지나간 삶의 의미와 가치가 ‘짓밟히는’ 것이라며 “인간의 조직이 아름다웠던 시간”을 환기했다. 철학자 지젝은 레닌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레닌이 반복되어야 한다며 “아연할 정도로 실패한 이름 레닌” 안에는 구현해낼 가치로 충만한 유토피아적 불꽃이 있음을 ..
미셸 - '고집스러운 트렌스젠더 이주노동자가 사는 법' 그가 중환자실로 간 까닭은 ‘G20을 빌미로 한 단속추방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미셸 파울로(39) 이주노조 위원장. 그는 단식 12일째에 토혈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 중환자실에서 응급조치를 마치고 다음날 일반병동으로 옮겨야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다. 서류상 여자로 표기된 그에게 병원 측은 여자병동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현재 남성호르몬을 투여 중인 그는 남자병동을 원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타협하지 못하고 중성지대인 중환자실에 이틀 더 머물렀다. 고집스러운 미셸. 그는 어릴 때부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였다. 이웃 사람이 자신과 형제들과 차별할 때도 뒤돌아 울기보다 바로 그 자리에서 ‘직언’을 서슴지 않는 못 말리는 고집쟁이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
박김영희 장애여성 - '사람 등급화' 맞서 싸울 것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 - 김경주 중에서 생의 윤곽이 흐릿하다.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후 집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에 4학년 봄소풍, 중학교 입학식,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연대별 서사로 생애를 구성할 수 없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을 닮은 내일을 살았다. 스물다섯까지 그랬다. 시간의 강물은 설움으로 엉켰다. 방, 마당, 병원 등 공간과 결합된 몸의 기억들. 분리된 사건과 이미지만 아릿하게 떠오를 뿐이다. 파란색 장애인수첩을 처음 받던 날, 오른쪽 아래께 날짜가 반쯤 지워진 내 인생의 한 컷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파란수첩, 주홍글씨를 보다 아마 88년, 89년 즈음이다. 동해에 살 때 장애수첩이 생겼는데 집안에만 있으니까 굳이 만들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러다가 부..
박노자 교수 - 화학적 거세를 말하다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자기에게로 가까이 간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나야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존재의 비밀을 확대해보면 한 사회에도 해당된다. 한국에게서 멀리 떨어질수록 한국에게로 가까이 간다. 박노자를 보면 그렇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귀화 지식인이다. 한국에서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아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국립대학 한국학 교수로 일한다. 외부자의 시각으로 쓴 대한민국 보고서 『당신들의 대한민국 1, 2』는 지금까지 20여만 부가 팔려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밖에 지난 십년 간 저술과 강연을 통해 드러난 사유의 편린을 꿰어보면 한국사회와 물샐틈없이 밀착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학벌주의, 인종주의, 군대문화 등 한국..
창작그룹ff - 해치맨의 불법 서울디자인 프로젝트 도시의 모습은 아! 사람의 마음보다 더 빨리 변하는구나 - 보들레르 중에서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것. 구성진 트롯 가락으로 접하고서야 고개를 주억거린다. ‘서울이 좋아요’가 ‘강남만 좋아요’가 됐다는 것. 발랄한 포스터를 보고서야 무릎을 친다. 비통하거나 혹은 통쾌하거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삶의 비의(悲意)를 누설하는 예술가 덕분에 우리는 삶을 감각한다. 서울시정 홍보포스터로 도배가 된 거리에 웃음의 숨통을 반짝 틔워준 주인공은 젊은 예술가집단이다. 서울대 미대 선후배로 구성된 디자인 창작그룹 에프에프(ff). 지금은 동문의 벽을 넘어 5~10명이 활동한다. 이들은 지난 4월 ‘불법 서울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시의 상징인 해치 가면을 쓰고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