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을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 김현 옮김, 민음사 날씨가 풀려서 아이폰이 생겨서 음악을 들으면서 출근길에 지하철역까지 걸었다. 마을버스로 네 정거장. 이십분 정도 걸린다. 찰흙으로 빚은 것처럼 귀에 착 들어맞는 이어폰으로 들으니 음악이 찰지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음이 완전 차단되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이 쭉쭉 열렸다. 2월의 쌀쌀맞은 아침 공기가 뺨을 어루만지고. 여기가 영화 촬영장이고 카메라가 나만 비추기라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