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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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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노동과 경험에 근거한 자기언어를 갖는다는 것" :: 글쓰기의 최전선 5기_ 강좌안내 인터뷰:: "자기노동과 경험에 근거한 자기언어를 갖는다는 것" ‘르포르타주’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르포르타주(르포)는 구체적인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람과 대면하며 쓰는 기록문학이다. 사실에 근거한 취재와 비판의식을 더한 글이다. 그런 점에서 르포는 글쓰기의 한 장르가 아니라 글쓰기의 기본 원칙이자 윤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업에서도 “자기 삶에서 본 것, 느낀 것, 행한 것을 쓰라”고 내내 강조했다. 이걸 단지 열심히 쓰는 일에서 나아가 한 단계 더 파고들어 치열하게 기록하는 거다. 쌍용차 현장(), 용산참사 재개발(), 삼성백혈병()등 굵직한 사안을 다룬 사회르포도 있지만, 우선 이번 강좌에서는 내가 매일 접촉하는 것들 안에 함께 서서 관찰하고 기록하..
[공지] 글쓰기의 최전선 5기 - 르포르타주/인터뷰 편 르포르타주란 프랑스어로 탐방·보도·보고를 뜻하는 말입니다. 사회현상을 충실히 기록하거나 서술하는 보고기사 또는 기록문학으로 줄여서 '르포'라고도 합니다. 이번 강좌는 자기고백적인 글쓰기에서 나아가 나와 주변세계를 심층적으로 탐사하여 사회현상을 읽어내는 일상-르포에 도전합니다. 미리부터 타자로 설정해둔 쪽방촌의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거나 화제의 인물과 접촉을 서두르기보다 내 삶의 허물어져 가는 곳을 발견하고 내 옆의 동료에게 귀 기울이면서 차츰 삶의 자리를 넓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상은 엄청난 사건이 잠재된 공간입니다. 내게 다가오고 작용하는 사람들, 발생하는 사건들, 뒤엉기는 감각들. 그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가치를 알아차리고 글감으로 취하는 일이 기록문학의 시작이자 전부입니다. ‘감각은 끝내..
글쓰기의 최전선 - 창경궁나들이 편 1. 글 쓸 사람 예전에 방통대에 출강 나가는 분이 고민을 터놓았습니다. 학생들이 글을 들고 와서 봐달라고 하면 무어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글의 수준을 보면 별로 가능성이 없는데 계속 쓰라고 격려를 할 수도 없고 쓰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아무 말이나 해주세요. 뭐라고 말해도 쓸 사람은 쓰니까요.” 가망 없다는 말에 얼른 붓을 놓는다는 건, 쓰기 싫었는데 마땅한 이유가 필요했던 사람의 행동인지 모릅니다. 또한 칭찬에 들떠서 붓을 쥔다 한들 강력한 ‘내적 요청’이 없는데 무슨 힘으로 글을 짓겠습니까. 글은 의지의 선택이 아니고 몸의 산물입니다. 그러니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
글쓰기의 최전선_셀프인터뷰 봄눈이 내렸다. 두보는 한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깎인다 했는데, 한송이 눈에는 봄빛이 어이되는 걸까를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작년 3월 '글쓰기의 최전선'을 처음 시작하여 세 번의 수업을 마쳤다. 수업이 한번 끝날 때마다 사랑하고 헤어진 것처럼 아팠다. 삶이 섞였다 분리되는 일은 분명 전율이고 고통이다. 글쓰기의 최전선 4기가 4월 17일 시작된다. 그 때는 햇살 따스하면 좋겠다. 보다 많은 분들과 수업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과목인 점을 감안하여, 강사가 직접 셀프인터뷰를 작성해보았다. 글쓴이: 은유(수유너머R) # 글쓰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 글쓰기는 읽기, 생각하기, 쓰기가 한 몸처럼 이뤄지는 작업이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그래서 수업을 ..
글쓰기의 최전선 4기 모집 (4월 17일 개강) 글쓰기는 삶을 살아가는 한 방편입니다. 글쓰기를 누구나 배워야 한다면, 근사한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우선은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내 생각을 표현해보아야 남의 말을 알아듣고, 불필요한 오해와 말의 공해가 줄어듭니다. 제대로 말하고 쓰기. 글쓰기의 필요성은 마치 등산처럼 삶의 어느 지점에서 간절해집니다. 자신이 경험한 인생을 신뢰하고 느낌에 집중하면서 그때부터 한걸음씩 내딛으면 됩니다. 글쓰기는 지성의 영역인 만큼 기술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근육처럼 쓸수록 나아집니다. 그리고 써야 씁니다.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생각은 명료해집니다. 또한 글쓰기에는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려면 잘 쓰겠다는 의지보다 꼭..
글쓰기의 최전선: 니체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썼다" 니체의 글은 시적입니다. 삶에 대한 통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특유의 운율에 녹아있습니다. 짧은 경구와 비유, 강렬한 아포리즘으로 풀어냅니다. 그것은 니체가 독자를 선별해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詩)는, 시적인 니체의 글은 내가 원한다고 읽을 수 없습니다. 삶에 대한 물음을 가졌을 때만, 그 절실함의 강도만큼 문장들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힐 것입니다. ‘나는 니체를 읽었다’가 아니라 “니체가 나를 습격해왔다! " 니체와의 만남은 내가 낯설어지는 체험이고 삶을 창조하는 실험입니다. 니체에게 글을 쓴다는 것과 삶을 바꾼다는 것은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는 좋은 글쓰기 교과서입니다. 모든 가치의 전환이라는 메시지, 치밀한 비유와 유려한 문체는 “폭풍과도 같은 자유로운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
글쓰기수업에 관한 단상 글쓰기의 최전선 2기 수업 막바지에 방황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자 네댓 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괄 결석했다. 추석을 지나면서 수업과 과제를 단체로 등한시했다. 묘한 현상인데 친해지면 느슨해진다. 취업준비 때문에, 논술 때문에, 학기가 시작돼서, 업무가 바빠져서 등등. 저마다는 이유가 절실했고 불가피성을 나도 알지만 빈자리가 커지면 당혹스럽고 자존심 상했다. 그들은 빠졌고 나는 삐졌다. 적어도 수업하는 기간만큼은 삶이 긴밀하게 엮여있다고 생각한 나는, 그들 삶에도 글쓰기수업이 일순위가 되기를 욕심냈던 나는, 10주간 어떤 예외상태도 없기를 바랐던 나는, 공부를 할수록 더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게 꿈인 나는, 보기 좋게 차인 꼴이었다. 즉시 분석에 들어갔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무방하다면 그건..
김수영은 김수영을 반성하지 않는다 강가도 좋고 산속도 좋고. 자연의 품에서 벗들과 둘러 앉아 시를 낭송하는 풍경을 꿈꿔왔다. 지난 6월 한강둔치에서 ‘강가에서’를 낭독했다. 강에도 나에게도 할 도리를 다한 기분이었다. 봄이면 봄시. 산에 가면 산시. 사랑하면 사랑시. 슬프면 술시. 정직한 산출이 즐겁다. 7차시 수업에 남산에서 시수업을 계획했다. 이 수업을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가는 냥냥님이 야외용 미니 도시락 17인분을 낑낑 들고 나타났다. 일동 감탄하고 환호했다. 방산시장에서 도시락 용기를 사다가 엄마랑 준비했다는데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나 보던 도시락 비주얼을 자랑했다. 수업시간마다 간식이 하도 색다르고 풍부하여 ‘식도락 동호회’로도 손색없다했거늘, 냥냥표 도식락은 미식가의 자부심의 궁극을 선사했다. 1교시 ‘묘사하기’는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