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

[사람사는세상]


짙은 보라색 어둠이 칠해진 거리. 군데군데 간판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황량한 대로변엔 삶의 배설물이 낭자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캔이 구르고 비닐이 저 홀로 춤춘다. 옷깃을 세운 남자가 단역배우처럼 구부정한 뒷등을 보이고 사라진다. 정지화면 같은 적막함 뚫고 어디선가 쓰륵쓰륵 싸리비질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산사의 정적을 깨우는 목탁소리 같기도 하고 아침밥을 짓는 어머니의 쌀 씻는 소리 같기도 하다. 반복적인 만물의 기척에 산새가 파닥거리고 아이들이 눈 뜨듯이, 연두색 빗자루가 지나간 이곳 거리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새벽 5시 반, 해님보다 먼저 찾아온 환경미화원으로부터 명동의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 4시 넘어 일어나서 첫차 타고 나와요. 겨울이 추우니까 제일 힘들죠. 더운 게 낫긴 한데 여름엔 또 아이스크림, 음료수 쓰레기가 많아요. 명동은 원래 유명해요. 정말이지 너무 지저분해서... 유동인구가 많아서 그렇지 뭐. 짐승이 지나간 자리는 표시가 안 나도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표시가 난다고 하잖아요. 다 먹고 입고 버린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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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송세월 [2011.01.26 1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민전 마을버스를 했을때 많이 보았습니다. 청소하시는 분들. 성남분들이 분당 청소를 하시더만요. 꼭 첫차를 타지요. 그리고 아침 막차를 타고 집에 갑니다. 1시쯤 오전근무자 막차니까요.

    • 은-유 [2011.01.26 2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송세월님, 반가워요. 청소노동자의 삶을 가까이서 보셨군요. 근데 근무가 1시에 끝나도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비상대기 하신다더라고요. 너무 고생하셔서 안타깝더라고요. 이분들 하루만 청소 안해도 명동이 난리가 날텐데요.

  2. [2011.01.26 17: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은-유 [2011.01.26 2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안타깝네. 청소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춰야 모두가 그 고마움을 알겠지. 나도 취재하기 전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으니..늘 청소가 돼 있어서, 마치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그랬던 것 같아 죄송하더라고..

  3. 마구마구 [2011.01.27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착한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청소하는 분들 보면 마음이 착찹해져서 쇼핑을 안할까봐, 백화점에서 청소하는 분들은 절대로 매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강요한대요. 그래서 화장실이며, 엘리베이터며 손님들이 사용하는 그 좋은 것들은 사용하면 안된다는군요. 그렇게 청소노동이 천하면, 청소하지 말고 장사하던가. 어릴때부터 생각하고 있어요. 왜 교수나 정치인, 사장이 하는 노동은 버스나 택시기사, 미화원, 생산직 노동자보다 더 비싸야하는지. 이 사회가 굴러가려면 모든 노동이 필수적이라서 공동체 입장에서 보면 그 가치는 동일하지 않은가 하는.

    • 은-유 [2011.01.28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백화점 화장실 가면 아주머니들 청소도구함에 쭈그리고 앉아 쉬고 계시곤 하죠. 진짜 맘이 안 좋아요. 우리나라는 노동과 사람에 대한 위계가 존재하는 게 후진국이에요.

  4. 연초록 [2011.01.28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이 지나간 자리의 흔적이라,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콕 박히네요,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면서 살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미화원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키면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정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하는 대접이란 참 말도

    되지 않는구나 홍대 미화원들의 싸움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면 위의 마구마구님의 말, 공동체 입장에서 보면 가치가 동일한 일에 대한 차별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침에 숙제를 안고 일어나는 기분입니다.

    • 은-유 [2011.01.28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쓰레기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단 말이 있죠. 저도 저 대목에서 움찔했어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고생하시고 천대 받고 그런 문화가 당연시 되고...홍대청소노동자를 계기로 환기가 되면 좋으련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