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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연아사랑에 눈 멀라


홍대 앞에서 친구랑 떡볶이 먹다가 김연아 선수 금메달이 확정되는 장면을 봤다. 가슴이 방망이질 해대는 통에 간신히 견뎠다. 연아가 울음을 터뜨릴 땐 뭉클했다. 덩달아 손끝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난 그녀를 잘 몰랐다. 수십 개의 CF를 찍고 시대의 아이콘이자 희망의 등불로 이름을 날리는 동안, 그런가보다, 예쁘고 장하다고 생각했다. 입때껏 경기모습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무한도전도 일박이일도 무릎팍도사도 지붕킥도 그런 것처럼, 그저 포털의 메인화면에서 국민적 열풍을 알아차렸을 뿐.  

그런데 그날 보니까 정말 잘하더라. 바늘 끝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완벽했다. 어느 외신의 보도대로 100M 달리기에서 8초의 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본방사수’로 처음 본 단 한 번의 무대에서 연아의 지나온 삶이 자동재생 됐다. ‘연습기계로 살았겠구나. 꽃다운 나이에 광합성 한번 제대로 못하고 얼음판에서 자기 그림자와 고독한 싸움을 했겠구나.’ 존경스럽고 애처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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