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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박정훈 사진가 - 의도 대신 우연, 침묵의 추구


사진은 말이 없어야 한다.
절대적인 주관성은 하나의 상태. 즉 침묵의 노력 속에서만 얻어진다.
-롤랑바르트 <카메라루시다> 

뮤직비디오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락뮤지션들이 연신 들락거리는 홍대 부근 한 건물 앞. 저만치서 검은 트렌치코트 자락 휘날리며 누군가 걸어온다. 부석부석한 단발머리, 주름지고 약간 부은 얼굴, 청바지와 검정구두...낙락장송 같은 쓸쓸한 아우라가 물씬 피어나는 그는, 한대수였다.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거인의 풍모다. 사진가 박은 한대수를 찍기 위해 기다리던 참이다. 박은 인사를 나누고 한대수의 주변에 머물렀다. 그러나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차분한 낯빛과 짙은 색 옷차림의 박은 어디서 나 주위 배경에 자연스레 흡수되었다. 한대수가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며 말했다. “사진은 여기서 찍지. 파라솔도 있고 재밌겠네.” 박은 슬며시 웃으며 두어 번 셔터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