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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일기

왜 김영사인가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작업노트

*왜 김영사인가 
그간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냈는데 이유가 있냐고 누가 물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편집자가 이직하거나 세상을 떠나거나 같은 편집자와 다음 책을 논의 중 내가 긴급한 다른 책을 써야했거나 등등. 무엇보다 계획을 세우고 한곳에서 책을 내기엔 삶은 우연적이었고 난 호기심이 많았다. 
이번 책은 심지어 김영사에서 나왔다. ‘심지어’라고 말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심리적 거리가 너무 먼 출판사라서다. <다가오는 말들>이 원래는 동녘에서 계약되어 있었다. 편집자가 어크로스로 이직을 한다며 내게 두가지 선택지를 줬다. 남아서 내든지 자기랑 옮기든지. 6-7년 전 당시 어크로스는 내 느낌엔 종합출판사 같았고 그래서 말했다. 
“거기 김영사 같은 데 아니야?” 
썩 내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난 사회과학이나 문학 편향의 독서를 했기에 우리집엔 내 돈 주고 산 그 출판사 책이 없었다. 그래도 출판사보다 편집자 믿고 일하는지라 어크로스로 같이 가는 편을 택했고 그곳에서 책이 나왔다. 더없이 공을 들인 나무랄 데 없는. 그래서 “작가님이 그동안 낸 10권 중에 한권만 추천한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다가오는 말들”이라고 말하게 되는 책을 말이다. 
김영사 같은 데서가 아니라 아예 김영사에서 나온 이유도 편집자에 있다. 일전에 은유의 책편지에도 소개했는데, ‘59세 올드걸 최00씨’가 손편지를 써서 편집자인 딸 편에 보내온 적이 있다. 그 딸이 이번에 <은글소>를 맡아준 김영사 길은수 편집자다. 그 편지를 인연으로 몇 번의 계절이 흐른 후 만났고 당연히 출간 제안서를 받았다. 자신이 무슨 책을 왜 어떻게 내고 싶은지가 분명했다. 그래서 ‘먼훗날’ 내가 그때도 책을 쓰고 있고 그대도 편집을 하고 있으면 같이 해보자고 했으나, 여러 곡절과 우연으로 당겨졌다. ‘엄마 찬스’로 자기에게 행운이 왔다고 그는 말했지만 그럴 리가. 울엄마라고 해도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게다가 당사자에게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일하겠나.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가 48개 원고마다 거의 인용이 있고, 내용 전반이 구어체라서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걸 차분히 끈기 있게 해냈다. 그와 교정지를 주고받으면서는 ‘왜 도대체 이렇게까지…’ 이마를 짚기도 했으나 편집자라는 종족들의 이 미친 꼼꼼함 때문에 책이 멀쩡한 꼴을 갖추고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크게 그린 사람>의 최해경 편집자는 문답형을 산문형으로 바꾸고 일일이 후기를 쓰게 하는 노역을 내게 강제하며 편집자로서 좋은 책을 향한 신념을 발휘했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김혜영 편집자와 <있지만 없는 아이들> 최지수 편집자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하는 당위와 의미를 스토리텔링의 제안서를 보내오고 인터뷰이 섭외부터 쉽지 않은 과정을 이끌어주며 나를 르포 꿈나무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이번에 열한권째 책에, 처음으로, 저자 소개에 ‘르포 작가’라고 썼다. 
왜 르포작가인지는 다음 편에. 

#은유의글쓰기상담소 #은글소작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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