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길에서 쓰다 * 생의 빈틈이나 존재의 허전함을 사람으로 채우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다. 그래서 음악이 필요하고 책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말 없는 그것들이 품은 살같은 말에 기대어 살아가는 나를 본다. 나는 사람과 관계맺는 법, 사람을 사랑하는 법에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연연하지 않을 만큼 가까워지기를 희망한다. 그리 사는 영혼이 문득 가여운 거다. 연구실에서 집에 올 때 연대앞에서 버스를 갈아탄다. 버스도착시간 전광판에 15분. 이런 숫자가 새겨져있으면 황당스럽다. 15분을 정류장 의자에 구겨져서 기다릴 때도 있지만 주로 걷는다. 어제도 걸었다. 어둑신한 길을 걸으면서 번잡스러운 생에서 빠져나온다. 안간힘 쓰던 지난 2주의 시간들. 무엇을 연연하는가. 손에서 빠져나갈세라 움켜쥐는가. 그런 집착들이 통째로 무쓸모하..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