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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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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의 낡은외투 벗은 연예인 누가 있나 선거철, 탄핵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마다 개인이자 공인인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을 두고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논란이 인다. 연예인은 얼굴이 알려져 일거수일투족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사회적 파급력이 크므로 자중해야한다는 반대의견과, 그만큼 우리사회에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이므로 오히려 공인으로서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한다는 찬성의견이 맞서 왔다. 논란의 와중에도 연예인, 문화예술인 등 공인의 정치적 발언은 꾸준히 행해졌다. 유준상, 추신수 “정치인, 경찰 부끄럽다” 지난 8일에도 반가운 기사가 연달아 나왔다. 배우 유준상 씨가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너무너무 화가납니다. 검찰청선생님들 보고 계신가요’ 라는 글을 직접 썼다는 내용이다. 노무현대통령 대한문 앞 분향소 강제..
노무현대통령 영결식 - 강물처럼 바보처럼 살아가리라 그가 대통령으로 뽑힌 날은 좋아서 울었고, 그가 탄핵당한 날은 분해서 울었고, 그가 떠나는 날은 슬퍼서 울었다. 몇 년간격으로 한 남자를 향해 눈물 한바가지씩 흘리면서도 적잖이 민망하다. 누가 '노무현 좋아해?' 라고 물으면 '응'이라고 답했지만, '나 노무현 좋아해'라고 먼저 떠든 적 없다. 그의 집권시 이라크파병과 FTA체결, 비정규직 양산할 때는 정책에 반대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는 완벽한 대통령이 아니라 정직한 대통령이었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 고뇌하고 더 껴안고 가고자 먼저 다가오는 진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를 존중했고 사사건건 찬동은 못해도 신뢰와 지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세 차례의 커다란 슬픔사태를 겪고 나서야 알았다. 내게 그가 소중하다면, 높은 인품과 도덕성과 탁월한 능력과 기상..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 오빠들이 불쌍하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요지는 이렇다. 전교조의 한 교사가 수배중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도피처를 제공해준다. 8년간 알고 지낸 지인의 요청이어서 거절하기 어려웠단다. 이 과정에서 함께 동행 한 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그 교사의 집을 알게 됐다. 이후에 찾아가 저지른 소행이다.) 그 사건이 공론화된 날부터 한겨레신문에는 대문짝만하게 관련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했다. 조선보다 세게 나간 측면도 있었다. '봐주기'나 '감싸기' 없이 강도 높은 비판의 날을 세운 ‘한겨례’가 듬직했다. 냉철한 비판과 자기성찰은 진보진영에게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면서도 속상하고 씁쓸하고,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부글부글 끌탕을 앓을 일 투성인데 알게되면 더 괴로울 것 같기도 했거니와, 사실 ‘안 봐도 비..
'슬픈수요일' 낳은 여성들, 설은주-옥소리-노현희 2008년 12월 17일. 이들의 소식을 접하고 나의 수요일은 슬픔에 잠겼다. 공교롭게 모두 여성이다. 일제고사 반대 해임 당한 설은주. 황폐한 시국을 살다보니 웬만한 뉴스엔 놀라지도 않는다. 눈물은커녕 욕도 한숨도 콧방귀도 안나오는 지경이 되어버렸는데 오늘 아침 사진 한 장에 막혔던 눈물샘이 툭 터져버렸다. 일제고사 반대로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교정을 나서는 유현초등학교 설은주 교사의 사진이다. 끝내 일을 벌이는구나. 이 사안으로 총 7분의 선생님이 해임됐다. 급식로비로 금품 수수한 교사, 학생을 성희롱한 교사는 정직으로 끝내면서 일제고사 거부 선택권을 준 교사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 3월 학부모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 교사들에게 경징계 결정을 했고, 2007년 상습적으로 ..
조계사에서 촛불로 밝힌 明절 마지막 날 해마다 명절을 맞는 기분이 달라진다. 철부지 시절의 명절은 맛난 음식 많이 먹고 친척들도 만나고 며칠 연달아 놀 수 있는 축복된 날이었다. 게다가 설날엔 새뱃돈으로 지갑도 두둑해지니 얼마나 좋았는지. 결혼후에는 부엌지킴이가 되는 명절이 그닥 반갑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에서 며느리로 사는 한 감내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역시 몸이 힘든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촌오빠가 죽고 오빠가 아프고 집안에 우환이 닥치면서 명절이 유쾌하지 않게 됐다. 가가호호 웃음꽃이 피는 (것처럼 보이는) 명절엔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명절은 집안에 아픈 사람없고 실업자도 없고 비혼자도 없는 무탈하고 단란한 가족에게만 '밝은 날'이란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후엔 더 최악이다. 최근 3-4년 동안 눈물의 명절..
서울시교육감선거,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다 작년 가을의 일이다. 6학년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 아이가 진짜 주소지에 살고 있는지 확인하셨다. 우리 집만이 아니라 40여 명의 집을 전부 돌아봐야 한다면서 물도 한 잔 안 드시고 바삐 돌아가셨다. 이렇게 반 아이들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는 이유는 중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 전입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동네 중학교는 특목고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신문지상에 학교이름이 오르내리다 보니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 모양이다. 학부모의 열성은 교사들의 실사로도 쉽사리 진화가 되지 않았는지, 중학교 한 학급 인원이 46명이다.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다. 유명세가 무색하게 열악한 교육환경이다. 아이와 부모 2인3각, '특목고' 향해 뛰어라 ▲ 여름방학이지만 초등 4학년부터 '특목대비..
KBS 지키는 여의도 촛불들 하루에 서너 건씩 꼬박꼬박 상식 이하의 뉴스가 터진다. 이명박 정권의 몰상식한 행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부패정권의 시커먼 악취가 온 나라를 뒤덮는다. 잔뜩 독이 오른 저 불도저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다 갈아엎겠다는 걸까.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뉴스를 보다가 YTN 주총도 PD수첩도 마음에 걸려서 여의도로 향했다. KBS본관과 여의도공원 사이 차도 양쪽으로 펼침막이 빽빽하다. 촛불을 소중히 여기는 KBS언론종사자들의 것, KBS는 촛불시민이 지킨다는 선언, 촛불을 옹호하는 정연주는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말다툼 하듯 펼침막이 엉켜있다. 촛불에 반대하는 단체 중에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란 이름이 눈에 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천막을 지난다. ‘토론의 성지 아고라’ ‘공영방송을 지키는..
촛불 앞에 서면 우린 왜 곤충떼가 되나 '촛불, 너 도대체 누구냐.' 최근 내 삶을 지배한 키워드는 단연 '촛불'이다. 촛불 들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참신한 '면면'에 끌렸고 그들이 행하는 재기 발랄한 놀이에 반했다. 어느새 나도 촛불 하나 들고 대열에 합류했다. 역동적인 에너지 덩어리에 휩싸이니 흥이 절로 났다. 모든 즐거움은 '계속'이라고 말하는 법. 촛불에 매료돼 문지방 닳도록 촛불을 보러 들락거렸다. 그곳에서 기적의 출현을 목도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액자 표구용 글귀가 시청 앞 잔디밭에서 날마다 위용을 드러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던 옆집 아저씨, 은행 창구의 펀드 상담직원, 지하철 경로석의 할아버지, 극장에서 팝콘 먹던 연인, 공원을 누비던 유모차, 편의점 카운터를 지키던 청년, 교문을 쏟아져 나오던 학생들이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