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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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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능력이 곧 자유다 니체는 자기보다 300년 전에 태어난 스피노자를 벗으로 삼는다. 니체는 한 편지에서 스피노자는 자신의 선구자이며 그로 인해 이제 자기 혼자의 고독은 두 사람의 고독이 되었다고 열띤 어조로 고백했다고 한다. 다른 듯 닮은 두 사람. 니체는 신을 부정하고, 스피노자는 신을 긍정했는데, 공통적으로 삶을 사랑했다. 스피노자 철학 역시 삶을 왜곡시키고 파괴하는 모든 초월적 가치와 도덕에 반대하는 내재성의 철학을 전개했다. 니체가 우레와 같은 호통과 아름다운 은유의 방식으로 역설한다면 스피노자는 점잖고 집요하고 치밀한 학자스타일이다. 주석달고 증명하고 정리한다. “자연(신)은 아무런 목적도 설정하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이 자연에 부여한 목적과는 무관하게 존재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가에 따라 좋은 날씨와..
강원래 춤꾼 - 원래대로 신나게 살아가다 “안녕하세요~ 클론의 원래원래 강원래입니다” 요즘 그의 인사법이다. 강원래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야동순재’ ‘버럭범수’처럼 ‘원래원래’가 된 것. “사람들은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해요. 강원래라서 장애를 이겨내기 더 쉬웠을 거라고. 팬들도 있고, 아내도 있고, 구준엽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예전에도 있었죠. 2000년 사고를 당하고 2005년도에 클론의 새 앨범을 내기까지 시간은 오로지 자기와의 싸움이었어요. 부정-분노-좌절-수용-복귀의 5단계를 지나 다시 강원래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춤, 춤은 자신감, 자신감은 연습 이름의 힘일까. 고통의 긴 ‘강’을 지나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강원래. 세계 최초 휠체어 댄스를 선보이며 멋진 복귀에 성공한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
대학로,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김광석 겨울-봄, 정미소 정미소. 대학로의 구석의 카페다. 카페모카가 맛있다. 머물고 있노라면 정이 흐르고 미소가 고인다. 이건 어디까지나 애정 충만한 나의 해석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그날은 내가 늘 앉던 자리, 창밖 풍경이 예쁘게 편집되는 그 자리에 다른 이가 앉아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창가 바로 앞에 앉았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더니 삼십여 분 여유가 생겼다. 건빵 봉지 속 별사탕처럼 내겐 너무 달콤한 보너스. 커다란 통유리로 햇살이 들어찼다. 눈이 부셔 몸을 뒤로 빼 앉았다. 미동도 없이 멍하니 앉아 커피를 기다리는데 어떤 고요가 차올랐다. 선방에 앉은 것처럼 몸이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이 시간을 붙들어 두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공간의 아름다움은 카메라가 기록하지만, 시간..
<경제학-철학 수고> 자연적 감성으로부터의 총체적 소외 최근 쌍용차사태를 지켜보면서 나의 의문과 분노는 한 가지였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라고 해서 별다른 혜택도 못 누리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왜 잔혹한 고통은 노동자의 차지가 되는가. 고통 분담이 아니라 고통 전담. 뭐 이런 무경우가 다 있는가. 좋을 때 부려먹다가 단물 빠지면 버리는 식이다. 감탄고토! 무명시절 내내 내조하던 조강지처 버렸다고 설경구-송윤아 커플에 거품 물던 네티즌들은 이런 사회적 차원의 대대적 배신 사태에 대해선 둔감하고 관대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계급배반 투표하는 것도 부족해서 생존권 싸움을 벌이는 노동자들에게 ‘강성노조, 귀족노조 이참에 다 감옥에 가두라’고 욕까지 해댄다. ‘서민’의 생존권 문제가 위협받는 상황이건만 자기도 서민이면서, 월급 몇 푼 더 받고 대출 끼고 산 집..
중력의 악령에 대하여 살아가는 일이 버거울 때,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라는 표현을 쓴다. 세상의 짐을 혼자 걸머진 듯한 절망감에 휘청댄다. 이렇게 나를 자꾸 주저앉게 만드는 것, 차라투스트라는 이를 ‘중력의 악령’의 소행이라고 한다. ‘날지 못하는 사람은 대지와 삶이 무겁다고 말한다. 중력의 악령이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삶이 무겁고 고된 이유는 “우리가 요람에 있을 때부터 사람들이 지참물로 넣어준 이것” 때문이다. 바로, 선과 악이라는 지참물. 정확히 말하면, 선악을 척도로 하는 가치관 - 도덕이다. 어려서부터 공기처럼 받아들여 온 ‘착하게 살자’의 기치 아래 펼쳐지는 나날들. 아이 때는 부모에게 순종하는 착한 자식으로, 선생님에게 고분고분한 착한 학생으로, 사회로 나가면 조직의 룰과 상사에 복종하는 ..
숨길 수 없는 노래2 / 이성복 '우리 사랑은 서러움이다' 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 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하늘 아득히 황사가 내려 길도 마을도 어두워지면 먼지처럼 두터운 세월을 뚫고 나는 그 대가 앉았던 자리로 간다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 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서러움이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너무 빠르거나 늦은 그대여, 나보다 먼저 그대보다 먼저 우리 사랑은 서러움 이다 - 이성복 시집 '우리가 여기에서 다시 만난 것은 어느 별이 도운 것일까요?' 삼류 멜로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대사. 너무 순박해서 익살스러운 이것은 니체의 말이다. 니체가 평생 사랑했던 단 한명의 여인, 루 살로메를 처음 보고 건넸다는 유명한 인사말이다. 38세의 니체는 21세의 루에게 변변한 데이트도 없이 청혼했다가 묵사발이 된다. ..
촛불꼬마 규원이, 1년 후 모습 지난해 여름 어느 주말의 촛불집회. 궂은 날씨에도 아이들이 참 많이 나왔다. 시위대 앞쪽에서는 강경진압이 시작됐지만 뒤편은 평화로웠다. 아이들이 눈에 밟혀 자꾸 카메라가 따라갔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던 중에 꼬마의 표정이 하도 똘똘해 사진을 찍었다. 아이 아빠의 요청에 따라 사진을 보내드렸다. 아이가 개념청년으로 잘 자라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1년 후. 다시 아스팔트가 뜨거워지니 시리고도 후끈하던 촛불의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오던 참이었다. 마음의 파장이 닿았던 걸까. 아이의 아빠가 '1년 전 메일을 보다가 생각났다'며 안부를 전해오셨다. 규원이는 미래의 개념청년을 향해 잘 나아가고 있습니다. ^^ 20년 뒤에도 이런 세상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저의 세 아이 중에서 제일 어린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