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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렌즈를 찾아라


아들이 시력이 나쁘고 난시가 심해서 하드렌즈를 낀다. 군에 갈 때 훈련용 안경, 생활용 안경 두벌을 가져갔는데 첫 휴가 나왔을 때 렌즈를 챙겨갔다. '사격'이 어려운데 렌즈를 하면 좀 나을까 싶었던 모양이다. 드디어 하드렌즈를 끼고 사격훈련을 받았는데, 오른쪽 눈에서 빠졌단다. 화들짝 놀라 왼쪽 눈의 것을 오른쪽에 끼고 훈련을 마친 다음 선임에게 말했더니 명령이 내려졌단다. 


"지금부터 렌즈를 찾는다. 한쪽에 20만원이다." 


장정 10명이 엎드려 흙바닥을 뒤져서 렌즈를 찾아냈다고 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도 아니고 어떻게 가능한 건지. 하드렌즈는 신생아 엄지 손톱만한 크기에 투명하다. 아들에게 물었다. 


"그걸 어떻게 찾아?" 
"그게 군대야. 엄마." 


지난 토욜에 아들 부대개방행사를 다녀왔다. 이건 뭐 유치원 재롱잔치도 아니고 군대 간 아들 행사에까지 끌려다니려니 괴로운 마음, 아들을 본다는 반가운 마음으로 갔는데, 한나절 머물면서 '군사문화'의 일면을 보았다. 


강당 같은 곳에서 부대 내 뮤지컬 동아리 공연을 했다. 내부가 공연장 구조와 의자 배치였다. 삼십분 후 그곳은 식당형으로 바뀌어 디너쇼 자리처럼 가족별 명찰이 놓여졌다. 거기서 밥을 먹었다. 운동장에서 특공무술을 볼 때는 처음엔 의자가 없었는데 몇몇이 '불편하네.' '의자 없나' 하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후 고개를 돌리자 본관 건물에서 의자를 어깨에 짊어진 장정들이 개미떼처럼 쏟아져나왔다. 입이 딱 벌어졌다. 


'남의 집 귀한 자식 데려다가 잘도 부려먹네!' 


난 이 모든 일사분란함에 기가 질렸다. 이 효율성의 강력함을 맛본 남자들이 가정,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 사회에 곳곳에 박혀서 조직을 이끈다. 한 사람의 아픔과 사연을 살피지 않는 성과 달성을 위한 질주. 하면 된다의 신화. 한국사회가 어떻게 이렇게 단시일내에 야만으로 치달을 수 있었는지. 생각하고 책임지고 존중하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웠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들에게 당부했다.


"군대에는 적응하되 군사문화에 익숙해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