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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할 일

장학사 임용 심사를 앞둔 교사 직무 연수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강연을 했다. 이 연수를 주관한 샘이 인사를 나누자마자 말씀하셨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너무 반가웠어요. 좀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싶었고요.” 사연은 이랬다. 몇 년 전 학교에 근무할 때 난민 심사 중인 한 아이가 입학을 하고 싶다며 학교를 찾아왔다. 교장샘이 난민 심사 중인 상태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 그 아이는 특수학급에서 공부해야하는 상태였는데, 학교에 특수학급을 운영할 여력과 인력이 없었다고. 이러저러 이유로 돌려보냈는데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단다. 이 책을 그때 읽었더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가 공부할 수 있게 했을 거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늘 연수 받는 샘들 시야가 넓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야기를 듣는데 화도 나고 마음도 아팠다. 배울 권리를 박탈당한 그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이주인권활동가 석원정 샘도 말씀하셨지만 이주아동의 입학은 어쩌다 한번씩 일어나는 일이라서 공교육 일선에 있는 교사들은 이런 사례를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모른다. 아무리 교육부에서 공문을 내려보내도 다른 공문에 묻힐 뿐이다. 어제 연수를 하면서 40명 넘는 예비 장학사 샘들에게 한 명의 이주아동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대적인지 책에 나오는 사례를 들어 말씀드렸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선생님이 손을 들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나는 잘 모르겠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는 책에 나온 아이들 사례 정도를 압니다. 이주아동을 만나거든 그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상의해서 필요한 도움을 주세요. 이주아동이 아닌 선주민 아동이라도 있지만 없는 아이들,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도 잘 살펴봐주세요.” 
나는 이주아동에 관한 책을 썼지만 집단으로서 이주아동은 없다. 개별적인 사연과 사정을 가진 이주아동이 있을 뿐이다. 그 아이들을 있는 존재로 보는 것. 말할 기회를 주는 것, 잘 듣는 어른이 되는 것이 도움이자 동료시민으로 살아가는 시작이 되리라 믿는다. 

#있지만없는아이들 #미등록이주아동학습권 #배울권리 #살아갈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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