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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시집

영회(咏懷) / 오장환


후면에 누워 조용히 눈물 지우라.

다만 옛을 그리어

궂은비 오는 밤이나 왜가새 나는 밤이나

 

조그만 돌다리에 서성거리며

오늘 밤도 멀리 그대와 함께 우는 사람이 있다.

 

()이여!

어찌 추억 위에 고운 탑을 쌓았는가

애수가 분수같이 흐트러진다.

 

동구 밖에는 청랭한 달빛에

허물어진 향교 기왓장이 빛나고

댓돌 밑 귀뚜라미 운다.

 

다만 울라

그대도 따라 울으라

 

위태로운 행복은 아름다웠고

이 밤 영회의 정은 심히 애절타

모름지기 멸하여 가는 것에 눈물을 기울임은

분명, 멸하여 가는 나를 위로함이라.

분명 나 자신을 위로함이라.

 

- '시인 오장환을 노래하다' 음반 속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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