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드걸의시집

절명시 / 성삼문


북소리 둥둥둥 이 목숨을 재촉한다.
고개를 돌이키니 해는 벌써 서산을 넘네.
황천 가는 길에 주막 하나 없으니 
오늘밤 뉘 집에서 이 밤 새울꼬.

- 성삼문 <절명시>




Beethoven's Tempest Sonata -- Wilhelm Kempff


 

외로움과 다툰 어제 하루. 김광석을 듣고 빌헬름 켐프도 듣고. 유하의 세상의 모든 저녁을 읽고 성삼문 시조도 읽어 보고. 술 마시면 글을 못 써 술을 안 마셨는데 글도 못쓰고 잠들었다. 주막 하나 없는 삶에 실망한다. 내가 예전에 클린트이스트우드 등 중장년 예술인에 환호하면 늙은 사람만 좋아한다고 친구들이 구박했는데 저런 깊고 순수한 눈빛과 치열한 파장만이 나를 사로잡는다. 외로움이란 인간의 표정을 아는 사람. 이해가능성 바깥의 세계를 열어주는 음악.  




'올드걸의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곡강이수 / 두보  (9) 2011.04.20
푸르른 들판 / 여간  (6) 2011.04.18
한 잎의 女子1 / 오규원  (4) 2011.04.06
어부 / 김종삼  (5) 2011.03.23
꽃단추 / 손택수  (2) 201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