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수유너머’가 어느덧 20호가 코앞이다. 용산참사 1주년에 창간호를 냈는데 반년이 지났다. 이번주 19호 테마 '불편한 연애'가 2회에 걸쳐 나간다. 욕망전문가;; 박정수의 아이디어이고 B급 낭만파인 난 적극 환호 및 동조했다. 사실 모든 연애는 불편하다. 그래도 돈 없어 불편하고 동성을 사랑해 불편하고 장애가 있어 불편한 얘기를 들을 기회는 흔치 않다. 흔한 사랑 흔치않은 사연이 재밌다.
주간웹진을 하니까 일주일이 성큼 지나간다. 주위에서 웹진이 계속 나오는 것을 신기해한다. 그럴 만하다. 위클리 수유너머는 무상웹진이다. 인력은 편집팀 3인, 기술팀 3인. 별도의 사무실도 없고 전화기도 없고 상근자도 없다. 필자섭외는 편집팀의 지인들 중심으로 이뤄진다. 고료가 없어도 청탁하면 다들 기꺼이 응한다. 취합된 원고는 게시판에 올려서 검토하고 댓글로 논의한다. 오프라인 만남은 전체회의는 금요일, 편집팀 미니회의는 월요일에 진행된다. (초창기 편집회의)
회의도 늘고 부담도 서서히 증가 추세지만, 뭐 그래도 아직은 즐겁다. 일이라는 압박감이 들기보다는 회의도 인터뷰도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편집회의를 종종 놀러 다니면서 한다. 겨울에는 추워서 주로 연구실에서 했는데 봄날이 되면서 ‘마실회의’가 시작됐다. 그린비 회의실도 가고, 이태원 파스타집도 가고, 수유리 아름다운 마을도 가고, 용산 막달레나도 가고, 공연도 가고, 연천 김융희 선생님 댁도 가고, 류가헌이랑 길담서원도 가고, 가까운 해방촌에서 김치찌개도 먹는다. 회의할 때 이런 얘기가 종종 나온다. “우리 또 어디 놀러갈까?”
즐거움의 원천은 '선물'같다. 화폐관계 대신 선물관계로 이뤄진 공동체. 돈이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위클리 수유너머에 돈 준다는 사람도 돈 달라는 사람도 없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소소한 취재비나 유흥비는 각자 알아서 쓴다. 남 돈 받으며 일하면 괴로운데 내 돈 쓰고 일하니까 즐거운 거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폭력이다. 지뢰밭이다. 모든 문제는 돈에서 발생한다. 관계를 잠깐 살리고 영원히 깨는 일등공신이다. 돈의 구속이 없어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다. 또 고추장이 편집장이지만 실질적인 데스크는 각 필자다. 편집팀은 각자 알아서 쓰고 선물받은 외부원고도 크게 고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연천 봄소풍에서)
처음엔 조금 불편했다. 고추장과 박정수는 코뮨에서 10년 넘게 산 사람이고 난 자본에서 살았다. 웹진에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한 큐에 신속 정확하게 해결하길 원했다. 지난 4월부터 학술면을 보강한 대폭 개편을 논의했다. 원고는 준비됐는데 기술적 문제에 봉착했다. 계획한 일은 조속히 마무리하는 게 몸에 배인 나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양심적 전문가를 알아봐서 외주를 주자고 졸랐다. 고추장은, 위클리 수유너머가 웹 코뮨이므로 우리랑 무관한 업체에 아웃소싱은 하지 말자고 했다. 박정수가 ‘돈으로 해결하면 당장은 편하지만 계속 돈으로만 해결 가능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부끄러웠다.
삶을 내맡기라고 부추기는 시대. 효도도 연애도 갈등도 삶의 품격도, 돈으로 바르면 가장 쉽고 폼나고 빠르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고 단절이다. 지속적인 관계의 확장과 생성을 낳지는 못한다. 소박하더라도 더디더라도, 공통리듬을 만들어갈 파트너 발굴이 중요했던 것이다. 지금 진보넷을 통해 일할 사람을 알아보고 있다. 부디, 상호 능력의 증가를 촉발하는 고귀한 마주침이길 바래본다. 개편 준비하면서 느꼈다. 제2의 천성처럼 달라붙은 자본의 습을 벗는 것, 새로운 삶의 척도를 만드는 일은 이론처럼 쉽지 않았다. 앎을 나누는 웹 꼬문. 나의 한계를 넘어서고 확장시키는 시험장이자 놀이터이다. 일단은 성공적 개편이 목표이고, 멀리는 100호가 꿈이다. 부디 전국노래자랑처럼 오래 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