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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시집

경운기를 타고 / 김정환 ‘피난보따리 만한 애정을 움켜쥐고’


 

  
   사람이 가난하면 

   이렇게 만나는 수도 있구나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타고

   너는 그쪽에서

   나는 이쪽에서

   오래도록 깊이 패인, 너의 주름살로 건너오는

   터질 듯한 그리움이여

   너와 나 사이를 가르는 삼팔선 같은,

   먼지의 일렁임이여

 

   그러나 우린 어쩌다 이렇게 소중한 사이로 서로 만나서

   피난보따리만한 애정을 움켜쥐고 있느냐

   움켜쥐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느냐

   설움이며 울화의 치밈이며

   흔들리면서

   그냥, 마구 흔들리면서

   

   - 김정환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창작과 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