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지는 손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평범해지는 손 / 심보선 하얀 손 창백한 손 흐린 초점으로 보면 사라지는 은하계 같은 손이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여자는 소파 위에 반가사유상처럼 앉아 있다 오랜 윤회 끝에 한 천 년 만에 이 자세를 되찾았다는 듯이 누구에게도 이 자세를 빼앗길 수 없다는 듯이 손의 주인이 말을 한다 고마워 너를 만나고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 남자의 손은 여자의 얼굴에서 피어난 연꽃 같다 여자의 얼굴은 연못처럼 고요하다 둘에서 셋 아니면 셋에서 넷이 되었겠지 그 정도겠지 왠지 이 방의 가구들은 하나하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듯하다 부처가 방금 걸어 나간 적멸보궁 같다 이제 당신도 그만 나가보지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자 여자는 바로 늙어가기 시작한다 그 자세 그대로 소파 위에서 이별을 반가사유하며 영원히 늙어가겠다는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