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 (1) 썸네일형 리스트형 46 빈 손 / 성기완 당신을 원하지 않기로 한 바로 그 순간 나는 떠돌이 가 돼 그것을 놓았는데 다른 무얼 원할까 그 무엇도 가지기가 싫은 나는 빈 손, 잊자 잊자 혀를 깨물며 눈 을 감고 돌아눕기를 밥먹듯, 벌집처럼 조밀하던 기억 의 격자는 끝내 허물어져 뜬구름, 이것이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긴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렇게 잊혀지고 말 수가 있을까 바로 그 때문에 슬픔은 해구 보다 더 깊어져 나는 내 빈 손을 바라보다 지문처럼 휘도는 소용돌이 따라 망각의 물로 더 깊이 잠수하 며 중얼거려 잊자 잊자 - 성기완 시집 문학과지성사 “요즘 뭐 하고 지내셨어요?” “방황하면서 지냈어요.” 말해놓고 나니 푸푹 한숨 같은 웃음이 터졌다. 2010년 마지막 날, 수녀님과 이별을 고하기 위해 마주했다. 지난 일 년 수녀님들이 만..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