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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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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공동체, 누가 왜 무엇을 읽는가 1. “완전 다른 시집이야. 혼자 읽을 때와는 다른 시집이라니까” 시세미나 끝나고 나오는 길, 한 친구가 들떠서 중얼거렸다. 나도 그랬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세미나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달랐다. 낮이 밤으로 바뀌는 동안 여럿이 모여 시를 읽고 나면 어둡던 시집은 환해지고 모난 가슴은 둥글게 부푼다. 마른 장작 같이 뻣뻣하던 시집이 분홍빛 솜사탕처럼 끈끈하게 몸에 엉긴다. 좀처럼 속내를 보여주지 않던 그 쌀쌀맞은 시집이 갑자기 얼마나 다정한 눈빛을 보내는지. 마치 등 돌리던 그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미소 짓는 것처럼 그만 설움이 일시에 녹아버리곤 했다. 그러니까 시세미나로 인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나는’(한용운) 기적을 체험하는 것이다. 2011년 10월 15..
시세미나_말들의 풍경_시즌3_ 미래의 시집 "시 세미나 쉬니까 좋아? (싫어?)" 세미나 하던 친구들과 통화할 일 생기면 다짜고짜 물어보게 됩니다. 이 무슨 투정인지 앙탈인지 모르겠습니다. 저것은 특정 반응을 유독하는 전형적인 닫힌 질문아니겠습니까.ㅋ 다행스럽게 "시 세미나 없으니까 일주일이 힘들어요. 위로받을 데가 없어서요." 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바람도리님도 댓글로 말씀하셨네요. 시 세미나 없는 토요일이 허전하다고요.^^ 우리는 그저 아름다운 시어들과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느낌들을 나누었을 뿐인데 그 말들의 풍경이 영적구원과 은총의 시간이 되었다니 신기한 일입니다. 시즌1 올드걸의 시집, 시즌2 여자의 시집에서 총 2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시즌3은 미래의 시집 '아무도 가본적 없는 도시에 서다' 시집 10권과 편집시집, 평론집 각1권씩 1..
말들의 풍경 시즌2 '여자의 시집'에 초대합니다 시를 읽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시를 읽으면 왜 좋은 것일까. 이유를 모른 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이국의 언어처럼 막막한 그것들을 저마다의 경험과 입김을 통해 더듬더듬 번역하였습니다. 시어 하나 하나, 한 행 한 행을 우리는 풀어나갔고 시 한편으로 세상이 환해지는 환희를 맛보았습니다. 가을과 겨울. 두 계절이 가는 사이 시즌 1 '올드걸의 시집'이 끝났습니다. 열 세권을 시집을 읽었지요. 그 과정에서 알았습니다. 시는 약자의 언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층적인 억압의 결을 섬세하게 살려낸 고운 언어! 지배언어로는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현실과 감성을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써내려간 기록이, 바로 시였습니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위로받았나봅니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누가 내 머릿 속에..
시와 음악이 난무하던 성탄의 밤 어느 한 해 성탄절이 ‘詩’와 ‘음악’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 생은 복되다, 주머니에 손 넣고 만지작거릴 추억이 있으니까. 2011년 12월 24일 자정을 보내며 든 생각입니다. 예고했던 대로 ‘말들의 풍경’ 성탄특집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뭉근한 촛불처럼 한들한들, 흥겨운 캐롤처럼 왁작지껄, 시와 음악이 난무하고 말과 웃음이 교통하는 시간이었죠. 고종석이 ‘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신구’라고 말했는데 살짝 정정하고 싶군요. 시는 세상에서 가장 센티멘털한 놀이라고요. 이날 세미나의 공식명칭은 '말들의 풍경 : 시적인 것의 추구’에요. 시를 읽은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 널린 시적인 울림을 주는 노랫말이나 글을 가져오기로 했지요. 약간의 음식도요. 아래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 - 음향담당; 몽월 (스마..
시담(詩談) 손가락 사이로 물 빠지듯 흘렁흘렁 지나가는 시간. 책 몇장 뒤적거리고 설거지 삼세탕하고 나면 훌쩍 지나가버리는 하루. 그렇게 이틀, 사흘, 나흘...사는 일이 다 그렇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포기가 안 되는 시간과의 싸움. 왠지모를 억울함과 허전함이 가시지 않았는데 그래도 시 세미나를 하니까 하루는 온전히 내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습다. 논문발표도 아니고 그저 시 한 편씩 돌아가면서 낭독하고 느낌을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말 한두마디 더 얹는 일이 전부다. 이 시 왜 이렇게 어려워요. 글쎄 말이에요. 이게 맞나요? 저게 아닐까요? 정답 뜯긴 문제집을 푸는 아이들처럼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시세미나 제목에 걸맞는 '말들의 풍경'이다. 꽤나 수런거리는. 시 세미나의 여운이 한 이틀은 간다. 감흥이 가시지 않은 상..
시 읽기 세미나 - 말들의 풍경 한 사람과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시가 쌓입니다. 이 삶을 다시 살고 싶다고 후회할 때 시가 다가옵니다. 시집에는 어김없이 얼굴이 누워있습니다. 인연이 매개한 ‘말들의 풍경’은 그대로 세상 읽기의 독본입니다. 반려생물처럼 시집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동안은 사는 일이 쓸쓸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불온한 언어는 정신의 성냥불을 확 긋기도 합니다. 그러니 시는 행복 없이 사는 훈련(황동규)이며, 추위를 이겨내는 입김(김현)이기도 한 것입니다. 시가 필요한 시절, 그리고 계절. 같이 둘러 앉아 시를 낭독하고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 10월 15일 토요일 6시부터 - 반장: 은유 016-233-8781 - 회비: 월 15000원 (수유너머R의 모든 세미나 참가 가능) - 함께 하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