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계보학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권혁웅 시인 - 삼선동 달동네에서 그들을 보았다 모든 가난이 시가 되지는 않지만 시는 어김없이 가난을 노래한다. 백석의 가난이 나타샤를 사랑해서 눈을 내리게 하는 따사로운 가난이라면, 기형도의 가난은 문풍지를 더듬는 바람의 집에 갇힌 어둡고 쓸쓸한 가난이고, 김수영의 가난은 설움과 비애가 선을 긋는 형형한 가난이다. 2000년대 ‘미래파’ 담론을 일으킨 평론가이자 시인인 권혁웅은 ‘마징가Z’와 ‘투명인간’이 출몰하는 찡하고도 재기 발랄한 가난을 그렸다. 이런 시가 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박철순보다 멋진 커브를 구사했다/ 상 위의 김치와 시금치가 접시에 실린 채 머리 위에서 휙휙 날았다 - 시 ‘선데이 서울, 비행접시, 80년대 약전(略傳)’ 중에서 권혁웅이 살던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산 302번지 풍경이다. 술 취한 아버지는 툭하면 집주인과 다투었..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