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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학부모에게서 온 편지

어제를 동여맨 귀한 편지를 받았다. 학인과 父母가 쓴 짤막한 메시지가 선물과 함께 들어있었다. 부모님에게 편지를 받은 건 처음이다. 넘나게 황송했다. 울 학인은 21세. 지금 수업에서 최연소다. 참여도는 최우수. 지난 시수업에서는 유일하게 기형도의 '10월'을 (조사 하나 안 틀리고) 암송해왔다. 나이 많고 삶에 지친(!) 30-50대 틈에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재밌단다. 하긴 나이로 권력질 하는 사람만 없으면 나이는 그냥 숫자다. 

지난주 뒷풀이에서는 엄기호 글 '사랑과 난입'을 안건으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 글에 문제다, 아니다, 어떤 반론이 있었다, 쟁점을 비켜갔다, 엄은 이성애남자중에 젠더감각 제일 좋다... 품성론까지 말이 번지고 목소리가 커지자 '젠더트러블'을 우려한 내가 수다-토론을 강제종료 시켰다. 잠시 후 최연소 학인이 입을 열었다. 

"여기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왕과 같은 위엄을 갖춘 그말에 좌중은 조용해졌다. 그는 엄기호 글을 못 읽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이렇게 격해지면 어쩔줄을 모르겠다며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보는 기분이에요."라고 했다. 아. 반성반성. 다음 날 그는 또 내게 아무리 그래도 토론을 강제종료 시킨 건 잘못 같다고 충고했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난 사과했고 조심하고 있다. 우린 이해와 경청으로, 연령주의를 깨는 연습 중이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다는 건 수동적인 행위를 넘어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될 것이다."(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