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춘천 인문학 카페 36.5 에서 강연을 했다. 카페 지기 휴마가 나와 함께 '감응의 글쓰기' 수업을 했던 학인이다. 3기 반장이었다.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고, 휴마도 꼭 한번 나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는데 이제야 성사된 자리다. 춘천 가는 길, ITX청춘열차 2층 창가에 앉아 아직은 남아 있는 강변의 5월 연초록 잎새들을 눈에 담았다. 남춘천 역 앞에서 춘천이 고향이자 일터인 역시 감응의 글쓰기 벗을 만났다. 오늘은 자기가 이 구역 매니저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와 춘천막국수랑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강연 끝나고 차까지 얻어 탄 덕에 빠르고 안전하게 집 앞에 도착했다. 내릴 때 군대 가는 덕윤이 먹이라며 닭갈비를 포장한 하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를 건네주었다. 뭉클한 마음. 이것은 얼마만에 느껴보는 '시골 인심'인가. 뭘 주고도 다 못 주었다고 아쉬워하는 마음. 집에 와서 닭갈비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휴마가 준 선물과 편지를 읽으며 부푼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서울 깍쟁이처럼, 신세지기를 꺼려하고 민폐를 끼치지 말자를 신조로 살았는데, 신세 지고 민폐 끼치기가 삶의 원리인 거 같다. 아무리 깔끔 떨고 혼자 잘난척 사는 거 같아도 어느 순간 보면 내가 남에게 짐이 되어 있지 않은가. 과하지 않으면 된다. 민폐의 연쇄가 우정의 연결고리가 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중요한 건 나도 민폐를 끼치고 남의 민폐도 받아내고, 미움이든 고마움이든 염치없음이든 감정이 흐르고 관계가 이어지는 것 같다. 내게로 흐른 이 사랑의 물줄기를 난 누구에게 돌려줄까.
카페 36.5 블로그에 강연 내용을 잘 정리해주었다.
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huma365&from=postList&categoryNo=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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