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김치

[차오르는말들]
서랍을 열었다. 유신시대 복장규제라도 내려졌는지 온통 검은 계통 옷 뿐이다. 편하게 폴로셔츠를 입으려다가 바로 옆에 있는 노란카디건을 꺼냈다. 비오는 날 기분전환을 위해 노란색 우산을 쓰는 것처럼 슬픔이 내리는 몸에 환한 노란우산을 씌웠다. 차를 몰고 성산동으로 갔다. "지영, 묵은 김치 한통 줄까?" 며칠 전 언니한테 문자가 왔고 그걸 받으러 가는 길이다. 하늘은 촉촉한 잿빛이다. 며칠 잠을 설쳤더니 어질어질한데 비까지 부슬부슬 내린다. 누가 등을 치면 몸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시야가 흐려지고 길이 미끄러웠다. 백미러도 잘 안 보였다.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자고 나를 다독여가며 가까스로 차를 몰았다. 언니네 집 앞에 장이 섰길래 수박을 살까 참외를 살까 고민하다가 노란참외가 눈에 들어와 참외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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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1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장정아 [2009.06.21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쉬!!! 누가 뭐래도 지영은 인복은 대박인듯.. 어찌 그리 엽엽하게 챙겨주는 지인들이 많은지 부럽소이다.
    평소에 지영이 진심을 다해 잘해주었겠지요. 이런 도반들 덕에 지영의 얼굴표정이 점점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화창한 가을 하늘로 변해가는구나 인생의 고비고비를 잘 넘어와 품이 넓어지는 지영을 보고 있으니 내맘도 좋소이다. 나도 김치를 한통씩은 못줘도 몇포기는 줄 수 있는데...꿩대신 나를 닭으로 쓰면 안될까? ㅋㅋㅋ

    • 은-유 [2009.06.22 0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변에 '친정엄마'가 몇 명 더 있는데..언니도 그 중에 한 명이에요..암시롱~^^; 들뢰즈가 말한 '차이와 생성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친정엄마-되기'가 참 좋은 방법인 듯해요..저도 누군가의 친정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려해요..

  3. [2009.06.22 1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은주 [2009.06.24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야 인터넷이 연결됐어. 냉큼 뛰어와 보면서 나도 눈 앞이 흐려진다...

    지영은 나이는 어리지만
    우물거리는 나에게 힘을 주고 웃음을 주고 자극을 주는 좋은 친구야.

    애는 엄마가 쓰시고 나는 생색만 내는 거였는데
    음식보다 마음을 먼저 받아주고 항상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