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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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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6기 시작합니다 글쓰기의 최전선 6기 '글을 쓴다는 것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가장 급진적으로 된다는 것은 사물을 근원으로부터 파악한다는 것이고, 이 근원이란 인간에게 자기 자신이다.” 맑스의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무리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도 자기를 아는 것, 즉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자기표현과 자기파악의 안전한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정립된 생각을 글로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안간힘을 통해서 생각이 가지런해지고 자아가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외국어를 공부하듯 새로운 언어감각을 기르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반복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읽고 토론하고 쓰는 입체적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성장기..
글쓰기의 최전선 - 창경궁나들이 편 1. 글 쓸 사람 예전에 방통대에 출강 나가는 분이 고민을 터놓았습니다. 학생들이 글을 들고 와서 봐달라고 하면 무어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글의 수준을 보면 별로 가능성이 없는데 계속 쓰라고 격려를 할 수도 없고 쓰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아무 말이나 해주세요. 뭐라고 말해도 쓸 사람은 쓰니까요.” 가망 없다는 말에 얼른 붓을 놓는다는 건, 쓰기 싫었는데 마땅한 이유가 필요했던 사람의 행동인지 모릅니다. 또한 칭찬에 들떠서 붓을 쥔다 한들 강력한 ‘내적 요청’이 없는데 무슨 힘으로 글을 짓겠습니까. 글은 의지의 선택이 아니고 몸의 산물입니다. 그러니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
글쓰기의 최전선 4기 모집 (4월 17일 개강) 글쓰기는 삶을 살아가는 한 방편입니다. 글쓰기를 누구나 배워야 한다면, 근사한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우선은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내 생각을 표현해보아야 남의 말을 알아듣고, 불필요한 오해와 말의 공해가 줄어듭니다. 제대로 말하고 쓰기. 글쓰기의 필요성은 마치 등산처럼 삶의 어느 지점에서 간절해집니다. 자신이 경험한 인생을 신뢰하고 느낌에 집중하면서 그때부터 한걸음씩 내딛으면 됩니다. 글쓰기는 지성의 영역인 만큼 기술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근육처럼 쓸수록 나아집니다. 그리고 써야 씁니다.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생각은 명료해집니다. 또한 글쓰기에는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려면 잘 쓰겠다는 의지보다 꼭..
말들의 풍경 시즌2 '여자의 시집'에 초대합니다 시를 읽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시를 읽으면 왜 좋은 것일까. 이유를 모른 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이국의 언어처럼 막막한 그것들을 저마다의 경험과 입김을 통해 더듬더듬 번역하였습니다. 시어 하나 하나, 한 행 한 행을 우리는 풀어나갔고 시 한편으로 세상이 환해지는 환희를 맛보았습니다. 가을과 겨울. 두 계절이 가는 사이 시즌 1 '올드걸의 시집'이 끝났습니다. 열 세권을 시집을 읽었지요. 그 과정에서 알았습니다. 시는 약자의 언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층적인 억압의 결을 섬세하게 살려낸 고운 언어! 지배언어로는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현실과 감성을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써내려간 기록이, 바로 시였습니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위로받았나봅니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누가 내 머릿 속에..
진숙농성 300일 <사람을 보라> 사진전을 기획하며 세 개의 움직임이 동시에 일어났다. 하나는 김진숙 지도위원한테 점점 소원해지는 것이 미안스러웠다. 의리없다고 생각했다. 뭘 할 수 있을까 멍하니 틈틈이 고민했다. 둘은 연구실이 별꼴카페와 동거하는데, 아직은 비어있는 시간이 많은 카페가 자꾸 말을 걸어왔다. 나하고 놀자. 좋은 사람들과 멋진 일을 꾸미고 싶었다. 셋은 사진하는 선배가 연구실 구경시켜 달라고했다. 커피 시켜놓고 노닥거리면서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유연함을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사진전 하자고 추동했다. 불현듯 사진전을 해볼까. 제안했다. 그 즉시 두어군데. 다음날 한 군데. 전화해서 미팅 날짜를 잡았다. 꿈처럼 무정형으로 흘러간 일들. 4차 희망버스에서 사진집를 샀다. 첫장을 넘겼다. '이것은 우리시대 모두의 운명과 관계된 이야기다' 쓸쓸한 사..
글쓰기의 최전선: 니체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썼다" 니체의 글은 시적입니다. 삶에 대한 통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특유의 운율에 녹아있습니다. 짧은 경구와 비유, 강렬한 아포리즘으로 풀어냅니다. 그것은 니체가 독자를 선별해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詩)는, 시적인 니체의 글은 내가 원한다고 읽을 수 없습니다. 삶에 대한 물음을 가졌을 때만, 그 절실함의 강도만큼 문장들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힐 것입니다. ‘나는 니체를 읽었다’가 아니라 “니체가 나를 습격해왔다! " 니체와의 만남은 내가 낯설어지는 체험이고 삶을 창조하는 실험입니다. 니체에게 글을 쓴다는 것과 삶을 바꾼다는 것은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는 좋은 글쓰기 교과서입니다. 모든 가치의 전환이라는 메시지, 치밀한 비유와 유려한 문체는 “폭풍과도 같은 자유로운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
글쓰기수업에 관한 단상 글쓰기의 최전선 2기 수업 막바지에 방황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자 네댓 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괄 결석했다. 추석을 지나면서 수업과 과제를 단체로 등한시했다. 묘한 현상인데 친해지면 느슨해진다. 취업준비 때문에, 논술 때문에, 학기가 시작돼서, 업무가 바빠져서 등등. 저마다는 이유가 절실했고 불가피성을 나도 알지만 빈자리가 커지면 당혹스럽고 자존심 상했다. 그들은 빠졌고 나는 삐졌다. 적어도 수업하는 기간만큼은 삶이 긴밀하게 엮여있다고 생각한 나는, 그들 삶에도 글쓰기수업이 일순위가 되기를 욕심냈던 나는, 10주간 어떤 예외상태도 없기를 바랐던 나는, 공부를 할수록 더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게 꿈인 나는, 보기 좋게 차인 꼴이었다. 즉시 분석에 들어갔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무방하다면 그건..
셀프구원 사실 어떤 일을 겪기 전까지는 자기도 자신을 잘 모른다. 가령, 사이좋은 부부가 있다. 십년 동안 부부싸움 일회도 없이 그림처럼 살았다. 남자의 엄마가 치매로 쓰러졌다. 여자는 그다지 헌신하지 않는다. 남자는 실망한다. 당신 착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어? 다툼이 발생한다. 뭐, 아침마당 같은 소재거리지만 삶의 진실을 내포한 이야기이다. 주위를 보아도 결혼을 통해서 ‘인간의 바닥’을 확인했다는 경우는 흔하다. 바닥을 본 다음, 그것을 깊이로 만드느냐 추락하느냐는 개인의 ‘능력’이다. 그러니 한 사람에게 정해진 본성은 없는 거다. 세상과 부딪히고 사람과 부대끼고 하나의 사건을 통과할 때마다 인격은 사후적으로 구성된다. 연구실이 이사했다. 연구실 이사 그 자체는 대수롭지 않다. 이사 과정을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