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5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응'이라고 말하고 싶어 “무지에게 ‘응’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무지는 다 옳으니까.” 교복을 입은 수레가 식탁에 앉아 계란후라이를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나는 보리차를 따르다 말고 멈칫했다. 시인이 앉아있나? 고개를 돌려보니 딸아이가 맞고, 시계를 보니 오전 7시다. 이불에서 십분 전에 빠져나온 아이의 말이 시적이다. 무조건 무지가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응’이라는 방석을 먼저 내어 주는 말. 지극한 존중이 묻어난다. ‘응’이라는 말이 이렇게 순정하고 온전했던가 싶다. 내가 고백을 들은 양 울컥한다. 며칠 후 나는 아껴둔 질문을 아이에게 꺼내 놓았다. “수레야, 왜 무지에게 응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어?” “무지가 좋으니까.” “근데 무지는 왜 다 옳아?” “무지는 거짓말을 못 하잖아.”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