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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목련꽃 필무렵, 안양교도소 가는 길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거리에서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으면 봄이 온 거다. 조회 시작할 때 애국가 부르는 것처럼 <하얀 목련>을 부르며 봄을 맞는다. 난분분 낙화하는 양희은의 목소리에 위로받는다. 뭇 생명 약동하는 봄이라지만 언제부턴가 버겁고 부럽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보다.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곁눈질 하면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있으니 봄은 잔혹한 계절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기형도에게도 봄은 비생명의 계절이었다.  

천생 약한 것들에게 마음 주었던 시인들의 노고에도, 봄은 어김없다. 햇살 푸지다. 기화요초 피어난다. 재작년 봄도 그랬다. <하얀 목련>을 부르던 즈음이다. 평화인문학 졸업식을 취재하러 안양교도소에 갔다. 화사한 봄빛 물든 거리를 지나며 ‘그 자리에서 움질일 수 없는 사람들의 봄’을 생각했다. 담장 안의 빛깔은 어떠할까. 푸르죽죽한 죄수복을 입은 재소자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늘하고 음울한 공기가 낮게 깔린 고3 교실 정도를 상상했다. 그런데 웬걸. 활기찼다. 졸업식에서 소감을 발표하라고 했더니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