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PMC대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한 사람의 꿈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아역배우로 데뷔해 세계적 히트상품 난타를 제작한문화CEO 송승환은 하고 싶은 일이라는 성공키워드를 제시한다. 늘 지금-여기서 ‘하고 싶은 일’을 택했고 긍정적 태도와 주변의 도움으로 하나씩 목표를 이루어갔다고 한다. 성취감은 또 다른 도전의 힘이 되기 마련. 오늘도 ‘꿈 너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를 만났다.

11월, 늦가을 깊어진 단풍빛깔 만큼 고운 다홍색 니트를 입은 송승환 PMC대표. 어느 새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그이지만 소년 같은 미소와 사려 깊은 눈빛은 여전하다. 동안의 외모가 말해주듯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지언정 그가 지나온 삶의 자리는 자연이 정성껏 준비한 가을 성찬만큼이나 알록달록 탐스런 열매로 가득하다. 이는 ‘좋은 공연’을 만든다는 꿈을 목표로 삼아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생의 의지를 불태운 덕분이다.

열정과 도전 ‘밥은 굶어도 공연은 본다’

송승환은 9살에 방송 데뷔해서 어린이 방송인으로 맹활약 했다. 라디오프로 <은방울과 차돌이>의 DJ 차돌이로 사연도 소개하고 신청곡도 틀며 그 어렵다는 생방송 진행을 척척 해내며 아역스타로 등극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연기파 배우로 성장해 하이틴 스타로 인기의 절정을 구가하던 중 85년 미국으로 돌연 유학을 떠났다.

“배우가 수동적인 직업이잖아요. 캐스팅이 돼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 한계를 느꼈고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죠. 한국의 척박한 문화 현실을 벗어나 외국으로 가서 보고 배우자 결심한 것입니다.”

미국유학시절에 대해 그는 한 방송에서, 아내와 둘이 거의 빈털터리 상태로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에서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시계를 팔았던 일을 고백했다.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으나 꿈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는 그는 밥은 굶어도 연극, 뮤지컬 등 좋은 공연은 죄다 볼 정도로 알차고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훗날 멋진 꿈을 피워낼 토양을 다져둔 것이다.

한국에서 돌아온 송승환은 92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전문기획극단 ‘환 포퍼먼스’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고래사냥>등을 제작하여 대중과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늘 한 작품 끝나면 빚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졌다. 안정적인 제작시스템과 새로운 시장개척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단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했다. 96년도에 공연과 관광 상품의 연계, 창작뮤지컬 기획 제작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문화벤처기업 PMC 프로덕션을 설립한 것.

긍정과 사람 ‘어려움은 같이 해결한다’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힘든 줄 모르고 했어요. 원래 낙천적이거든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해결해나갔죠.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혼자였으면 어려웠겠죠.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네트워킹을 활용해서 선배, 친구 등을 만나 조언을 구했죠. 역시 ‘사람’의 도움이 제일 컸던 거 같아요.”

가령 자금사정이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권의 친구나, 친구의 친구 등을 찾아가 해결책을 구하는 식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항시적으로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타나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주변의 좋은 사람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며 “최대한 진실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에게 목표-과정-효과에 이르는 비전 지도를 명확히 제시했고, 그의 진솔한 태도와 열정에 반해 사람들은 하나씩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현재 PMC프로덕션 공동대표로 있는 이광호 씨는 대표적인 경우다.

“제가 배우경력만 있으니까 경영은 모르잖아요. 고교동창 중에 큰 회사 임원이었던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죠. 난 작품을 만들 테니 넌 경영을 맡아 달라. 각자 1억씩 자본금 2억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갈등 없이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죠.”

난타의 기적 ‘하고 싶은 일은 미칠 수 있다’

시작이 반이었다. PMC프로덕션을 만든 송승환은 곧 ‘난타’라는 기적을 낳았다. 한국 전통사물놀이 리듬을 주방이라는 친근한 소재에 담아 드라마화 한 비언어극 퍼포먼스 ‘난타’를 제작했다. 국내시장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애초부터 해외 배급을 목표로 만든 ‘난타’는 그가 오매불망 꿈꿔왔던 세계 진출의 목표를 이뤄주었다.

1997년 호암아트홀 초연 이후 한반도는 ‘난타’ 열풍으로 들썩였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보따리 장사가 되어 ‘난타’의 하이라이트가 담긴 비디오를 가득 넣고 뉴욕, 런던, 도쿄 등을 돌았다. 두꺼운 벽을 두드리고 높은 문턱을 넘었다. 손이 닳고 발이 부르트도록 여러 번 시도한 끝에 99년 영국에딘버러 페스티벌 참가, 2003년 브로드웨이 진출 등 온갖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국내 최초로 난타 전용극장을 세워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 키워냈다.

“난타는 내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이지 처음부터 한국문화산업을 살리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에요. 현재에 충실해서 하나씩 이루다보면 다음 목표가 저절로 생깁니다. 이를 테면 난타가 해외에서 성공하니까 국내에 오는 외국인에게도 소개한 것이고, 그러려니까 전용극장이 필요했고, 관광 상품화해서 수익이 생기니까 또 그것을 기반으로 꿈꿔왔던 뮤지컬 제작도 시도할 수 있었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목표가 생기고 미치도록 열심히 할 수 있어요.”

행복한 꿈 ‘세계적인 국산 창작 뮤지컬’

난타의 대성공이후 세상은 그를 주목했지만 그는 묵묵히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또 다른 꿈을 향한 여정을 떠났다. 뮤지컬 <대장금>은 07년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원래 초연은 실패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대본, 음악, 연출을 거듭 바꾸어가며 일궈낸 집념의 성과다. 왠지 일가를 이룬 대개의 장인이 그렇듯이 그에게도 일면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헌데 넌지시 성격을 묻자 “고집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제 의견을 포기합니다. 모든 발상이 제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제가 가진 작은 생각을 타인과 나누다보면 큰 아이디어가 되고 그것을 창작과 비즈니스로 구체화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죠. 제 목표는 나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브로드웨이를 뛰어넘는 멋진 국산 창작뮤지컬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일이 있다.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송승환은 언제든지 ‘하고 싶은 일’을 택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사는 목적은 행복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극 <에쿠우스>무대에 28년 만에 서는 것도 “하고 싶어서”이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연습을 위해 사무실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날아갈 듯한 걸음걸음에서 "자신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는 자는 춤을 춘다"는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 2009 12월호 LG 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