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효행가족상 - "한번 버림받은 아이라 더 사랑했습니다"

금지옥엽 17년 간 키워온 단 하나뿐인 아들을 잃자 빈자리가 너무 컸던 이금순 씨. 그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딸의 입양을 결정했다. 조산으로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2.4kg의 핏덩이였는데 딸부잣집 막내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기였다. 어린 생명의 처지가 측은하여 몸이 좀 약해도 건강에 이상은 없다는 말에 선뜻 품에 안았다.

그러나 아이는 돌이 지나도록 젖꼭지를 빨지 못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느껴 15개월에 병원을 찾았을 때 아이에게 정신지체와 자폐가 있고 '영구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은 도저히 키울 수 없다며 파양할 것을 완강히 주장했다. 하지만 이금순 씨는 달랐다. 

“태어나자마자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한 번 버림받은 자식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또 다시 버림받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천진하게 웃는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냥 제가 키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남편과 뜻을 좁히지 못한 이금순 씨는 급기야 별거에 이르렀다. 홀로 작은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며 딸을 키웠다. 혹시라도 나이를 먹어가며 ‘머리가 트이면’ 상태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더욱더 교육에 열성을 다했다. ‘김치’라는 말을 열 번 이상 말해야 김치를 주고, 수저도 잡지 못하는 아이에게 연필부터 쥐어 한글을 가르쳤다. 몇 년 뒤 결국 남편과는 이혼한 그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자 식당일, 부업 등 허드렛일로 생활비를 벌어 아이를 키웠다.  

딸 호복 씨(21)는 현재 장애인복지관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혹독한 훈련 덕분에 두뇌가 단련된 호복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암기왕’이다. 각 복지관 대표로 ‘골든벨’ 대회에 나가 일등을 차지하는 등 실력을 뽐내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역삼동 복지관에서 성산동 집까지 혼자서 다닐 정도로 의젓하게 자랐다. 저녁에는 엄마와 함께 2시간 씩 동네주변을 돌며 걷기운동도 한다. 그 때 모녀는 무척이나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데 그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다고 이금순 씨는 말했다. 

“단 한 번도 입양을 후회해 본적 없습니다. 호복이 땜에 한 번이라도 웃고 조금씩 말벗도 되고 산책도 하는 생활이 너무 행복합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은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공공근로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금순 씨는 일터로 오가는 짬짬이 시간을 내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화단 가꾸기, 교통안전 도우미 등 작은 사랑을 실천한다. 그는 ‘호복이는 내게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말하고 또 말하며 어느새 그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다짐했다.

* 2007년 아산상 효행가족상 수상자 인터뷰 기사 / 사진; 최민식 (본문내용과 무관한 이미지컷)

# 장애가 있는 자식을 둔 모든 어머니들의 소망은 당신이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다. 이는 잘 알려진 얘기지만 당사자들은 생각보다 절실하다. 기사에는 담지 못했지만 이금순 씨도 "우리 호복이가 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킨다"고 연신 말씀하시며 눈물을 찍어내셨다. 사회가 방치하는 한 연고가 없는 장애인들의 삶을 암담하고 어머니들은 편히 눈을 감지 못한다. 자연은 사람이 보호하는데.. 사람은 누가 보호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