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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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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소식 / 황지우 '저지르든가 당하든가' 삶이란, 끊임없이 부스럭거리는 事故 그러니, 저지르지 않으면 당하게 되어 있지 그러니, 저지르든가 당하든가 서울에 도착하여 고속터미널을 빠져나올 때 택시 주차장으로 가면 국민학교 교사처럼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신사가 핸드 마이크로, 종말이 가까웠으니 우리 주 예수를 믿고 구원받으라고 외쳐대지 않던가 사람들은 거지를 피해가듯 구원을 피해가고 그는 아마도 안수받고 암을 나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혼자서 절박해져가지고 저렇게 왈왈대면 저렇게, 거지가 되지 - 황지우 시집 글을 쓰기 싫을 때는 더 책에 매달린다. 글 쓰기를 회피하는 가장 손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읽기의 쾌락'에 빠져들기다. 얼마나 좋은가.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릿속 여기저기 전구가 들어오고 이걸 예전부터 알..
거룩한 식사 / 황지우 매주 월요일 점심때면 아버지가 오신다. 빈 반찬통이 들은 가방과 아이들 과자를 한보따리 들고 오신다. 그러면 나는 일주일치 밑반찬을 만들어서 빈통에 담아 드린다. 반찬이랄 것이 뭐 별거 있을까. 멸치나 북어를 볶은 마른반찬 한 가지, 삼색나물 중 두어가지, 오뎅이나 두부조림, 불고기나 오징어볶음 같은 단백질류 등등이다. 일요일에 준비하거나 월요일 아침에 허겁지겁 준비하는데, 그 시간이 한없이 우울하다. 왜 우울한가. 아버지가 반찬가게에서 사 드시면 더 다양하고 맛있는 걸 드실 수 있을 텐데. 아니면 일하는 아주머니를 일주일에 두번만 불러도 더 따뜻한 반찬을 드실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나도 부담을 덜 수 있을 텐데. 하는 얄팍한 생각들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와서다. 매번 돌아오는 끼니의 영원회귀. 차이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