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들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헌책들 / 이영광 원수의 멸망을 보려거든 그가 늙을 때까지 기다려라 늙으면 필연코 추해진다 화장으로 가릴 수 없는 시든 주름들과 힘 빠져 늘어진 뱃가죽, 저 웅크린 매음녀의 짧은 한평생을 보라, 침처럼 흘러내리는 중얼거림이 그 옛날의 흔해빠진 사랑의 고백이거나 노골적인 호객의 대사임을 듣고 그대는 놀라리라, 스스로를 팔기 위해 악착같이 이 거리에 매달린 생이 늦은 11월, 떨어져 비 젖은 나뭇잎과 쓰레기를 닮아간다는 사실, 문득 술 취한 어느 손길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가 깜짝 놀라 물러설 때도 희마하게 그 어둔 눈빛 반짝인다는 사실, 이 거리의 어느 누구도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팔리기를 포기하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녀의 늙음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그녀의 늙음은 너무 쉽게 노출된다 상처를 이루지 못한 비싼 사랑의 흔적들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