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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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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 함민복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 조금 무쉬 한물 두물 사리 소금물 다시 잡으며 반죽을 개고 또 개는 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 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함민복 시집 순천엘 갔다. 순할 順 하늘 天이란다. 깨끗하게 빨아 입은 광목한복 같은 정갈하고 기품 있는 도시 풍광에 반했다. 순천만을 보았다. 무연히 펼쳐진 갈대숲. 노래방 화면에서 나오는 그것처럼 비현실적일 정도로 끝도 없다. 안쪽으로 드리워진 뻘밭. 찰지고 진득진득하다. 뻘의 부드러운 속살 그리고 물살. 하늘하늘 바람결따라 일렁이는 물결이 깊고 위엄있다. 동해바다의 집채만한 파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고귀한 기운. 오후 5시 노..
긍정적인 밥 / 함민복 -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가난한 사람은 많지만 밥 굶는 사람은 없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그들을 생각하면 심히 걱정스러웠다. 시인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다. 시집은 정말 안 팔리는 책이다. 책값도 헐하다. 활동가들도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 어떻게 3,4인 가족이 먹고 살까. 몇 년전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회될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알아보았는데 대체로 그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 있더라도 적게 벌어 적게 쓰는 검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활동가나 시인들도 그 그룹의 상위1%는 풍족하겠지만서도. 암튼 그즈음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을 읽었다. 그 뒤로는 서점에 갈 때마다 '시집'을 한 권 두 권 사들이고 있다. 별바당 콩다방 커피값에 천원짜리 한두장만 보태면 살 수 있다. 특히 가을 접어들면서부터는 시 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