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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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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지금 파리는 새벽 한 시 반이고 남자친구도 강아지들도 다 잠이 들었어요. 공부하던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앉았다가, 잠 안 오면 한잔씩 마시려고 사다둔 술을 병 채로 마시고 있어요. 그러니까 새벽이고 술을 마셨으니까 감정적이어도 이해해달라고 자기변명을 하는 중이에요. 아니 이렇게 해야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쓸데없는 어리광을 부려보는 중이에요....떠나...온...거 후회해요. 이제는 밤에 잠도 잘 이루지 못할 만큼. 왜 그때 떠나왔을까. 뭘 배우겠다고 떠나왔을까. 나 살던 공동체에서도 못 찾던 답이 여기에 있을 리 만무한데. 전 이제 비판 따위 할 자격도 없는 놈인 거 같아요. 언니는 자본주의가 뭐라고 생각해요? 소작농들의 처절한 일 년 농사를 다 앗아가는 지주나 노동자들의 노동의..
대화 # 산채정식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살 테니까 맛있는 거 골라 봐. 아네요. 선생님. 연락 못 드린 죄도 있고.. 제자가 모셔야 도리죠.. 여기 음식 잘 나온다.. 다 내 취향이네.. 그쳐? 절음식처럼 정갈하고 맛나더라고요. 왠지 선생님이 좋아하실 거 같았어요. ^^ 산채 한정식을 한 상 앞에 두고 반찬만큼이나 다양한 오방색 빛깔의 정담이 오갔다. 4년 6개월 동안의 해직교사 생활 이야기. 공부에 미련을 못 버린 사모님이 유학 간 이야기, 혼자서 아이 데리고 전교조 사무실 다니면서 육아한 이야기. 책과 대화로 키운 아이가 사교육 없이 외고에 가고 전액 장학금 받고 미국으로 유학 간 이야기. 아흔 넘은 노부와 함께 사는 이야기. 그리고 나의 남편과 아이들 사는이야기 약간까지. 드라마에서 내레이션으로 사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