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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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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나와 친해지는 일 ‘나는 왜 엄마만 미워했을까.’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20대 여성이 써온 글의 제목이다.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랐다. 집은 늘 서늘했다. 친구의 엄마들처럼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입시 전형에 같이 머리 맞대주길 바랐기에, 그렇지 않은 엄마를 원망했다. 우연히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를 읽었고 엄마의 입장과 처지에서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됐다. 엄마도 아빠처럼 직장에 다녔는데 집안일, 자식 돌보는 일을 ‘의심 없이’ 엄마의 몫으로 여긴 자신을 반성하는 내용이었다. 각각 등장인물의 입장이 잘 드러난 좋은 글이었다. 딸이 느꼈을 서운함도, 엄마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도,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위치도 이해가 갔다. 악인은 없지만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구조의 문제에 눈 돌리게 된다..
채널예스 - 슬픔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군에 간 아이가 휴가를 나왔다가 들어간 다음 날, 빨래를 개키다가 멈칫했다. 아이가 입던 양말이랑 팬티가 손에 잡혔다. 사람은 가고 없는데 옷가지만 남아 있는 게 영 이상했다. 당분간이겠지만 임자 없는 옷들. 그것을 만지작거리다가 나는 ‘최초의 빨래’를 생각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처음 돌아간 세탁기에서 나왔을 옷들. 아이가 수학여행 가기 전 벗어놓은 허물들. 그것을 빨고 말리고 개켜도 입을 사람이 더는 없음을 알았을 때, 참사 이전의 일상을 완강하게 간직한 그 옷들은 다시 젖어가지 않았을까. 살다가 슬퍼지는 순간이면 자동 연상처럼 세월호가 떠오른다. 정확하게는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문장들이 생각난다. 내 평생 목도한 비참의 총화, 그 불가해한 사건의 실체를 나는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