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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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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서른다섯. 일자리가 필요했다. 이력서를 썼다. 세 바닥을 채워도 시원찮을 판에 네댓 줄 쓰니 끝이다. 쉼표 없이 달려온 마라톤 인생인데 어쩜 이리도 이력서가 빈곤한가. 화폐화 되지 않는 노동-활동은 언어화도 불가능했다. 궁극적으로는 존재증명이 난감했다. 아무튼 자기소개서에 금칠과 덧칠을 해서는 두 군데 지원했다. 은행파트타이머랑 지역신문기자. 결과는 둘 다 낙방. 물 한 바가지씩 연거푸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민망하고 처량하여 고개돌렸다. 내 인생에서 슬그머니 찢어버리고픈 한 페이지. 곧이어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았는데 이번에는 나이제한에 걸렸다. 노년 재취업도 아니고 삼십대 중반에 이럴 수는 없었다. 그 때 확실히 알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정말 늦은 거다! 젠장. 어차피 궁지였다. 인..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매력적인 칸트씨 니체를 읽다보면 칸트의 벽에 부딪친다. 칸트를 공부하기 위해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를 읽었다. 글맛이 살아 있는 훌륭한 철학요리사 진은영에게 고맙다. 니체, 들뢰즈, 칸트의 서당 주변을 삼년 정도 어슬렁거리며 들었던 것들이 조금 도움이 됐다. 용감하고 매력적인 칸트씨. 일단 정리를 하다보니, 나와 세계의 존재근원을 파헤치는 철학공부를 위해서 칸트는 반드시 통과해야할 관문이었다. 니체가 망치로 부수어버리려고 했던 주체성, 동일성의 철학은, 니체보다 한 세기전 먼저 신의 죽음을 알렸던 칸트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 칸트 고유의 문제의식 칸트는 이렇게 물었다. ‘인간 스스로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느냐, 참된 인식의 방법과 절차는 무엇이냐’ 이는 중세인은 결코 물을 필요가 없었던 질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