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눈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석남 '마음 그늘 빌려서 잠시 살다가는' 국화꽃 가을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 장석남 시집 문학동네 겨울하고도 흐린 날. 온종일 비가 내렸다. 살얼음 낀 바람이 불지 않았고 쌀쌀하지도 않았으나 이제 가을비라고 말하지 않는다. 포털화면에 뜬 ‘겨울비’ 뉴스 자막을 보고 가을이 홀연 떠났음을 알아차렸다. 11월 가기 전에 가을 먼저 갔다. 그래서 그랬나. 거리에 낙엽이 소용돌이처럼 휘감길 때는 봄처녀 가슴 부풀어 오르듯 안절부절 못하겠더니 요 며칠은 마음 없이 산 거 같다. 세상과 연결된 코드를 빼버린 것처럼 적막했다. 몸에서 가을이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