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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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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왕따 생존자의 말하기 오래된 농담처럼 ‘왕따’라는 단어를 말하기까지 십수년이 걸렸다. 그녀는 중학생 때 지독한 왕따를 당했다. 3년 내내 혼자 다녔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고 들어오면 책상에는 아이들이 남긴 반찬, 그러니까 음식물 쓰레기가 올라와 있었다. 매일 울면서 집에 갔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담임을 찾아가 말했으나 담임은 조회 시간에 주의 한번 주고 말았다. ‘네 동생 왕따라며?’ 외려 언니가 반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약한 것을 비집고 들어가는 괴롭힘은 죄책감 하나 없이 당연해 보였다. 폭력을 꾸준히 당하자 그녀에게도 폭력 성향이 생겼다. 부모가 뒤를 받쳐줄 수 있다면 걸상을 들어 누구라도 내리찍고 싶었다. 외부로 향하지 못한 공격성은 육체의 말단인 손톱을 향했다. 하도 물어뜯어 검지에서 중지로, 중지에서 ..
아우슈비츠, 상처의 철학 인간이 겪는 고통과 기억, 언어의 관계에 관심이 생겼다. 아직은 막연하다. 글쓰기수업 할 때 과제를 내주면 대부분 고통스런 기억을 긁어내 언어로 담아온다. 잘 안 담긴다. 흩어진 나날들. 자기로부터 객관화가 어려운 기억인데 털어버리고 싶을 때 알맹이 없는 글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빈 중심에 들어찬 진실이 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여질 수 없는, 잊을 수도 기억할 수도 없고 당할 수밖에 없는 일들, 삶에서 떼어버리고 싶지만 자기를 형성한 결정적인 부분인 삶의 어두운 이면들. 누구나 있다. 사회면에 나오는 흉흉한 뉴스들. 그 자체로 야만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일들을,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인간이 참 많이도 겪고 산다. 이 범람하는 고통 앞에서 나는 ‘앎이 삶을 구원할 수 있는가’ 라는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