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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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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할아버지와 <송환>장기수 할아버지 닮은 점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든 것은 두 분의 입이다. 하루에 한 마디를 채 안 하는 할아버지의 꾹 다문 고집스러운 입. 마치 노동요처럼 신세타령이 구성지게 이어지는 할머니의 한탄스러운 입. 그리고 한평생 논매고 밭 가느라 구두 뒤축 닳듯이 닳아버린 투박한 손이 보였고, 뼈마디가 톡 끊어져버린 뼈 빠지게 일한 할아버지의 앙상한 발, 대나무같이 파리한 다리가 눈에 걸렸다. 수만 개 태양의 흔적이 남긴 잡티와 검버섯으로 뒤덮인 할머니의 거무튀튀한 얼굴까지. 두 어르신의 몸의 부분별 잔상이 오래 남았다. 무슨 고흐의 그림을 보듯 빨려들었다.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때도 그랬고, 싫지 않았다. ‘늙은 얼굴’을 영화가 아니면 그렇게 오래토록 부분 확대해서 들여다보고 있을 기회가 사실은 없다..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 '따뜻한 세상 한번'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을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