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동정-연민에 대하여 고등학교 1학년 때 잠실에 살았는데 무악재로 학교를 다녔다. 학교가 거의 산꼭대기라 교실까지 가려면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새벽6시 전에 집을 나섰다. 겨울이면 캄캄하고 바람이 매서웠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나와 청소부 아저씨뿐이었다. 슥슥슥 비질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매일 아저씨를 보면서 이렇게 추운데 고생하시고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턴가 청소부 아저씨가 불쌍했다. 아저씨네 집이 찌그러져가는 판자촌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했던 거 같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계속 가난할까?’ 열여섯 소녀의 질문은, 마흔을 앞둔 내겐 화두가 됐다. 청소부 아저씨에 대한 동정어린 시선은 자본적 가치로 구조화된 삶에 대한 연민으로 확대됐다. 내가 그러했듯이 가난은 불행하다는 믿음, 가난..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