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이영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파주>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황지우 시집을 한참 들고 다닐 때 란 시에 매료됐었다. 첫줄부터 흔든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 내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이 구절이 왠지 멋있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의 스산함과 사랑한 자의 처연함이 느껴졌다. 모름지기 사랑이란 이 정도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값어치 있다’고 믿었다. 몸뚱이의 뼈 206개가 달그락 거리면서 몰락과 생성을 거듭하는 게 사랑이니까. 11월 첫번째 월요일 조조영화로 텅빈 극장에서 를 보고 저 시구가 떠올랐다. 의 박찬옥 감독 작품 는 시처럼 리듬감 있고 울림 있게 함축적으로 만든 빼어난 영화다. 남녀가 사랑하면 인생이 허물어지고 다시 조립되듯이 자본이 돈을 사랑해서 낡은 건물이 철거되고 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