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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농성장에 가다 함께 글쓰기 공부하는 학인들과 보내고 왔습니다. 이어말하기 대회에 저 은유와 학인들이 참여해서 일인일시, 낭독하고 손맛 좋은 학인이 육개장 끓이고 과일 챙겨와서 배불리 먹었습니다. 사람 곁에 사람, 시 곁에 밥.
시, 삶의 입구 “시 낭독회 풍경을 기사로 써보세요.” 지난시간 돌발과제를 내주었다. 그랬더니 수업시간에 엄청 조용했다. 한 사람이 시를 낭독하고 소감을 발표할 때면 사각사각 볼펜 지나가는 소리만 들렸다. 침묵을 깨는 말말말. 그렇게 생각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 당신에게 여행은 무엇이냐. 중저음으로 깔리는 물음들. 잔뜩 긴장한 표정들. 지금 청문회 아니니까 편하게 대화하라고 말하는데 웃음이 났다. 처음엔 다들 토시 하나 안 놓치고 열심히 적더니 나중엔 손놀림이 점점 느려졌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무척이나 기운 빠지는 일. 듣기도 어렵고 쓰기도 고되다. 나는 조심스레 예측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억의 편집은 저마다 다를 것이라고. 반만 맞았다. 의외로 대동소이한 글들. 예비작가들은 자기 육성을 ..
심보선 시인 - 나의 시는 1.5인칭 공동체 언어다 “사실 시를 쓰면서도 열심히 시를 읽지 않았어요. 당시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저보다 시집을 많이 읽은 문학소녀였죠. 그 친구가 기형도 시집을 빌려주었어요. 그때 지하철 안에서 읽고 다녔죠. 꽤 여러 번 읽었어요. 그 이유가 뭐였냐 하면, 시집을 그 친구에게 돌려주면 바로 ’안녕’을 고할까 봐 ‘완독’을 미루고 있었던 거죠. 물론 그러는 와중에 빨리 돌려달라는 그 친구의 독촉 전화는 계속됐지만.(웃음) 그래서 아직 다 못 읽었다고 미루고 미루고 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어요. 결국 돌려줬는데 그러고 나서 바로 퇴짜 맞았죠.(웃음)” – 기형도 20주기 기념문집 발간기념 좌담 중에서 남겨짐, 그 후 폐인되는 사람 있고 시인되는 사람 있다. 심보선은 시인이 됐다. 1994년 조..
이창동 시 - 막힌 것들을 뚫는 詩 나는 시란 말만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누구도 행복할 땐 시를 쓰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내가 살만할 땐 시를 읽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서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이 막막할 때 삶에 지칠 때 처방전을 찾기 위해 시집을 편다. 톨스토이의 통찰대로 행복한 사람들의 이유는 대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 오만가지 상처의 사례가 시에 들어있다. 발생 가능한 사건과 충돌 가능한 감정이 정결한 언어로 상차림 돼있다. 시를 읽다 보면 생각이 가지런해지고 울렁증이 가라앉는다. 시라는 언어의 상찬 덕에 삶은 종종 견딜만해진다. 식탁위에 말라붙은 김칫국물도 생이 흘리고간 빨간 구두발자국이 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세계를 감각할 수 있으므로 고통도 충분히 아름답다. 시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