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중심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박준상 블랑쇼연구자 - 철학은 ‘자기시대’ 아파하고 발언하는 것 2011년 4월 7일. 그날은 일본발 방사능비가 전국에 내린다는 일기예보로 도심마저 한산했다. 홍대 역 부근 ‘다중지성의 정원’에서는 두 번째 강좌가 열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우산을 접으며 들어왔다. 일일 수강신청을 마친 나는 그들 틈에 끼어 앉았다. 일종의 잠입취재다. 궁금했다. ‘프랑스 지성계의 얼굴 없는 사제’로 불리는 모리스 블랑쇼. 그의 자장에 끌려 모여든 이들은 어떤 표정일까, 침묵의 사유를 펼치는 블랑쇼에 대해 박준상은 어떤 언어로 풀어낼까. 4월의 검은 목요일. 비와 블랑쇼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런 공간, 이런 날씨는 나에게 주어집니다. 그것이 나에게 침투하죠. 공간의 문제는 정서적인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기분이 검은, 짙은 회색으로 채색됩니다. 공간은 대상..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