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나 리시차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발렌티나 리시차와 함께 한 일요일 오후 Valentina Lisitsa -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월광 3악장 '소낙비를 맞고 나면 우산이 필요없지' 여고생 때 팬시노트를 모았다. 내 책상서랍은 메모지와 편지지까지 가을날 낙엽이 쌓인 곳간이었다. 만년필로다가 시집이나 책에서 본 아름다운 글귀를 옮겨적었는데 거기에 써 놓았던 문구다. 어린 나이에 왜 저 말이 좋았을까. 겉으론 얌전한 아이였지만 안으론 폭풍같은 삶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우산도 없이 소낙비를 맞으며 거리를 떠도는 장면은 노래방 뮤직비디오 배경화면으로도 쓰지 못할 삼류영상이겠지만, 가끔 꿈꾼다. 소낙비에 흠씬 젖은 나. 그러고 나면 마음에 풀썩이는 먼지가 싹 가라앉고 비갠 뒤 아침처럼 미풍 살랑이는 평화로운 날들이 펼쳐질 것같다. 그런데 원할 때 비가 내리지 않으니까, 또 남의 시선이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