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바르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글쓰기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망설임들’로 꾸며진다 집앞 버스정류장 앞에 허름한 가게가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천막을 치고 만든 점포니까 번듯한 가게도 그렇다고 노점도 아니다. 그 경계에 자리한 좁고 긴 가게에서 야채, 과일, 잡곡, 약초, 그리고 반찬을 판다. 노모와 다리가 불편한 중년 아들이 주인인데 무척 부지런하다. 저녁 8시쯤에는 폐점 준비로 물건을 천막으로 덮어놓고도 남은 찐옥수수 한봉지를 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있곤 했다. 추운 겨울에는 군밤을 그렇게 악착같이 팔았다. 며칠 전, 버스를 기다리며 보니 매대 물건이 바뀌었다. 여름 내 팔던 천도복숭아 대신 양파가 분홍바구니에 담겨 나란히 놓여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은 절룩거리며 매대에서 양파 바구니 위치를 계속 옮겼다. 얼핏 보기에 갯수도 크기도 비슷한 그것들을 하나 빼서 앞에 두었다가 뒷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