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덤 푸르고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망未忘 혹은 비망備忘 14 나를 빨아들이는 길. 나를 뱉아내는 길. 빠져나올 수 없는 길. 들어갈 수 없는 길. 영원토록 길이 나를 가둔다. 영원토록 길이 나를 해방시킨다. 떠나야 할 시각이 길게 드리워진다. 그가 끝나도 길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길 모퉁이에 이따금씩 추억의 나무 한 그루 서 있을 것이다. 우연의 형식들로 다가오는 모든 필연을 견디면서 이미 추억이 다 된 나무 한 그루 백발의 나무 한 그루 서 있을 것이다. - 최승자 시집 문학과지성사 악행을 저지르기를 대놓고 해본 적은 없는 거 같다.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악행이 된 경우는 많겠지만 말이다. 항상 강박에 가까운 임무의식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일터에서건 가정에서건 조직에서건. 완벽한 임무수행. 깔끔한 뒷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연의 형식들로 다가오는 모..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