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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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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사진가 - 레닌에서 만화까지, 사진 그 가능성의 중심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 진은영 ‘긴 손가락의 詩’ 중에서 # 레닌, 기억 레닌이라니. 전생에 잠깐 스친 첫사랑처럼 흠칫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이름이다. 우연찮게 일 년 터울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2006) (2007) (2008) 각각 시집, 사진책, 철학서인데 표지나 표제가 빨갛다. 마치 3부작 같다. 아직도 참숯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레닌을 호명하는 이들은 뉘신가. 시인 김정환은 레닌을 노래했다. 기억의 시간의식이 ‘지워지는 것’은 지나간 삶의 의미와 가치가 ‘짓밟히는’ 것이라며 “인간의 조직이 아름다웠던 시간”을 환기했다. 철학자 지젝은 레닌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레닌이 반복되어야 한다며 “아연할 정도로 실패한 이름 레닌” 안에는 구현해낼 가치로 충만한 유토피아적 불꽃이 있음을 ..
경운기를 타고 / 김정환 ‘피난보따리 만한 애정을 움켜쥐고’ 사람이 가난하면 이렇게 만나는 수도 있구나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타고 너는 그쪽에서 나는 이쪽에서 오래도록 깊이 패인, 너의 주름살로 건너오는 터질 듯한 그리움이여 너와 나 사이를 가르는 삼팔선 같은, 먼지의 일렁임이여 그러나 우린 어쩌다 이렇게 소중한 사이로 서로 만나서 피난보따리만한 애정을 움켜쥐고 있느냐 움켜쥐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느냐 설움이며 울화의 치밈이며 흔들리면서 그냥, 마구 흔들리면서 - 김정환 시집 창작과 비평사 문자메시지 신호음을 핸드폰 산지 3년 만에 처음으로 바꿨다. “와~ 쪽지다~”하는 앙증맞은 목소리다. 그랬더니 문자 올 때 왠지 더 반갑다. 주로 아침 첫 문자는 이팜과 초록마을이다. ‘한우 잡는 날, 사태 양지 특수부위 20% 세일, 단 하루’ 이런 광고가 애들 학교 보내고 나..
봄비, 밤에 / 김정환 '떠나도 좋다는 의미일까' 나는 몸이 떨려 어릴 적, 내 여린 핏줄의 엉덩이를 담아주시던 어머님 곱게 늙으신 손바닥처럼 포근한 이 비는 이젠 내 마음 정한 뜻대로 떠나도 좋다는 의미일까 산은 거대한 짐승를 가린 채 누워 있고 봄비에 젖고 있어 나는 몸이 떨려 그러나 새벽이면 살래살래 앙칼진 개나리를 피워낼 이 밤, 이 비의 소곤거림은 혹시 이젠 외쳐야 된다는 말일까 이젠 외쳐야 된다는 말일까 - 김정환 시집 시월의 마지막 밤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어야 하고, 봄비 내리는 밤에는 봄비, 밤에를 읽어야한다고 생각했다. 한 삼십년 전쯤 봄, 어느 밤에도 이렇게 비가 다소곳이 내렸나보다. 어여 떠나라, 외쳐라 등 떠미는 건 햇살 담은 봄바람 만이 아니다. 일정한 운율과 같은 가늘기로 내리는 차분한 봄비도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