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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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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이해하고 내 자유를 복원하는 '생존형 독서' 가끔씩 아침 일찍 책을 싸들고 집을 나선다. 마을버스로 세 정거장 지나 내린다. 내가 즐겨 찾는 콩다방은 H사 건물 1층에 자리했다. 집 앞에 별다방 맥다방 다 두고 굳이 버스까지 타고 출장을 가는 이유는 한적함이 좋아서다. 로비 구석에 있어 잘 눈에 띄지 않고 규모도 아담하다.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쏟아져 들어오는 12시 반 전까지는 절간처럼 조용하다. 삼면이 커다란 통유리다. 살구빛 볕이 들어차고 포근한 음악이 융단처럼 깔리고 거의 사약 농도의 까만 커피의 짙은 향이 번지는 지복의 환경에서 나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등을 굽혀 책장을 넘기곤 한다. 그날도 들기름 발라 김을 굽듯 한 장 한 장 햇살에 책장을 굽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영화 보러 갈래요?’ ‘아, 무슨 장르인가요?’ ‘코미디요.’ ..
고병권 인문학자 - 니체적인, 너무나 니체적인 이른 아침, ‘연구공간 수유+너머’ 카페는 텅 비어 있다. 음악도 없고 사람도 없는 그곳은 얼핏 영화 의 첫 장면처럼 스산했다. 커다란 창문만이 초여름 흐린 공기와 서울풍경을 덤덤히 담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왔다. 주인 없는 카페. 그래서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카페에서 그는 서툰 솜씨로 커피를 갈고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커피를 잘 내리는 사람이 해준 맛있는 커피를 먹고는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직접 해 먹기도 합니다. 뭐든지 그런 거 같아요. 잘 하는 사람을 통해 진짜 맛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잖아요.” 어쩌면 그는 커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서 ‘커피’ 대신 ‘니체’를 넣으면 고스란히 고병권이 설명된다. 니체라는 쓰디 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