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그 말 한마디 2014년 4월17일, 세월호가 침몰한 다음 날 영화 가 개봉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배우 천우희가 피해자 역을 맡았다. 한 여중생이 남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이후 일상을 보여주는 사물은 트렁크다. 딱 그만큼이 피해자에게 허락된 삶의 지분 같았다. 가해자는 지붕 있는 집에서 발 뻗고 잠들고 피해자는 짐 가방 끌고 떠다니는 현실. 또다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한공주는 입을 연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조용한 되물음. 여성주의 논리나 주장이 아닌 그대로의 사실을 직시한 저 발언. 항변이라 하기엔 담담한 발화가 화살처럼 박혔다. 잘못 없는 사람이 되레 질긴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가부장제의 부조리한 현실을 환기했다. 피해자가 말하는 주체로 등장하고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