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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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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 혼자 쓰는 에필로그 5년 전 어느 날, 버스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고 가는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망설이다가 받았는데 00출판사 편집자라고 했다. 위클리 수유너머에 연재하는 '올드걸의 시집'을 책으로 내고 싶다며 혹시 계약된 곳이 있는지 물었다. 수줍고 떨리는 목소리는 어떤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고 들뜨고 부끄러웠다.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의심했다. 그리고 이듬해 책이 나왔다. 나의 첫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은 편집자로서 그가 만든 첫 책이기도 했다. 삼십대초반 비혼여성이었고 오자매의 막내였던 편집자는 한 여자의 생활글에, 불현듯한 울컥함에 누구보다 깊게 감응하고 애정을 가져주었다. 다음해에 결혼한 그에게 문득 문자가 오기도 했다. "결혼생활이 속상할 때마다 선생님 책 읽고 있어요." 그는 ..
은유 새책 -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가 12/20일 나옵니다. 절판된 일부와 방송대/한겨레 칼럼을 모은 산문집입니다. 어떻게 구하느냐고 메시지 주고 기다려주신 분들, 칼럼 모아서 읽고 싶다고 해주신 분들께 먼저 소식 전합니다. 뭔가 긴 얘길 하려니 마음이 슬퍼지고 부끄러워지는 책입니다.^^; * 온라인서점에서 선착순 500명 머그잔을 주고 사인본이 나갑니다. * 네이버에 '출간 전 연재' 합니다. http://naver.me/x3LaxjE5
절판기념회를 축하해도 되나요? 아마도 ‘국내 최초’가 아닐까 싶은 ‘절판기념낭독회’가 지난 3월 17일 역촌동 북앤카페 쿠아레에서 열렸다. 주인공은 나의 첫책 . 이 책은 여자, 엄마, 작가로 사는 이야기에 시를 곁들인 산문집이다. 2012년 11월에 출간됐는데 출판사의 사정으로 3년 만에 절판의 운명을 맞았다. 절판은 출판하였던 책을 더이상 펴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 예기치 못한 절판 사건을 통해 지난 한달, 나는 출판 만큼이나 값진 경험을 했다. 먼저 물건 파는 법을 배웠다. 출판사에서 남은 책 100권을 내게 보내주었다. 사과 상자 크기 두 상자 분량의 책이 현관에 도착했다. 실물을 보자 아찔했다. 날 풀리면 야외 벼룩시장에서 팔까? 별별 궁리를 다하다가 페이스북에 절판 소식을 알렸더니 ‘페북에서 판매하라’며 ‘사겠다’ ‘..
올드걸의 시집, 절판기념회 풍경 3월 17일 목요일 오후 7시반부터 9시 반까지,이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오붓하게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정면에 두 분이 북앤카페 쿠아레 샘들. 오른쪽 샘이 나왔을 때 출판기념강연회 기획한 마포서강도서관 사서였는데 그사이 북카페를 만드시고 절판기념낭독회까지 열어주셨어요. 책의 시작과 끝을 한 사람과 함께 한 드물고 귀한 인연. 책방에 남은 책 예닐곱권이 그 자리에서 팔림. "친구들한테 선물할래요!" 북앤카페 쿠아레에서 올드걸의 시집 주문한 학인의 인증샷.이렇게 예쁘게 온다네요. 노트까지 한권 끼워서 준대요. 멋을 아는 분들. 제주에서 천혜향 농사짓는 학인이 절판기념회에서 먹으라고 천혜향 한박스 보내주셔서 다같이 먹고 예쁜 비닐에 하나씩 담아가고 그랬네요. 향기로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올드걸의 시집 - '책방 비엥'으로 첫 책 이 절판되었다. 여러가지 사정 상 그렇게 되었고 개정판을 다른 출판사에서 내기 위해 이야기 중이다. 청어람미디어에서 나온 초판본. 그러니까 남은 책 100권이 집으로 왔다. 출판사가 내게 묻지도 않고 절판과 남은 책의 '처분'을 결정했다. 그나마 이것이라도 챙겨주는 걸 고맙게 여겨야하는 이런 상황. 사과상자 두 상자에 담긴 책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무슨 유품을 받은 거 같기도 하고. 내 한 시절 떠돌다가 돌아온 아이 같기도 하다. 아무튼 시중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판매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더 아름답고 유의미한 방법을, 나눌 방법을 찾고 싶다. (하루 뒤, 그 방법을 찾았습니다. 서점의 제안으로^^)-----------------------..
[채널예스] 예스24 직원이 뽑은 '올해의 저자' 누군가에게 내가 '올해의 저자'라는 사실이 낯설고 멋쩍다. 근데 쫌 자랑하고 싶다. 야단스럽지 않게. 국내 내로라 하는 저자는 다 만나고 다니는 분이 나를 택해주다니 으쓱한 거다. 이상한 얘기지만, 무명 작가인 내 책을 '굳이' 읽는 독자들에 대한 신뢰가 나는 있다. 드물게 '발굴 독서'를 하는 분들이니까. 새해에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송구영신의 밤.---------------------------------------------------------------------------------------------------------------------------------------- 우리는 ‘책’을 통해 글자를 읽지만, 동시에 저자를 읽는다. 사람이 없으면 글자도 없고 문장도 없고 책..
올드걸의 시집 - 슬픔이 슬픔을 구원한다 그것은 다른 시간이리라. 그 시간을 다른 여인이 살게 되리라. 그 시간은 다른 세계에 존재하리라. 그 세계가 다른 삶을 열어 주리라. - 파스칼키냐르, 『빌라 아말리아』 1. 나이든 소녀 동네 꽃집을 지나는데 창문에 예쁜 글씨가 새겨져있다. ‘우리 엄마도 한 때는 소녀인 적이 있었답니다.’ 발걸음이 멎었다. 뭐랄까. 애잔함과 서글픔과 허탈함이 차례로 밀려왔다. 매년 어버이날이면 애들한테 카네이션 달라고 조를 때는 언제고 저 문구에 쓰인 우리 엄마에 나도 해당된다는 사실이 인정하기 싫었다. 어느 덧 내가 효(孝)마케팅의 판촉 대상으로 위로받는 처지가 된 게 못마땅했다. 그럼 뭐 지금은 시들었어도 예전엔 생기어린 꽃이었다는 건가? 고쳐주고 싶었다. ‘우리 엄마는 지금도 소녀일 때가 있답니다.’ 예전에 홍익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