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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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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을 만나다 좋아하는 시인을 만난다는 건 참 어색하다. 그가 낳은 자식과 연애하다 부모님 뵈러 가는 길처럼, 부담되는 자리다. 오래 편지를 주고받던 소울메이트와 만나는 자리 같기도 하다. 피하고 싶으면서도 궁금한, 보고 싶으면서 도망가고 싶은 수줍은 이중감정. 피고름 같은 시를 온몸으로 짜내는 그가 너무 반듯해도 이상할 거고 너무 헝클어진 모습이어도 서운할 거 같았다. 교수다운 노신사 분위기도 섭섭하다. 시인다우면서 시인의 모습을 배반하길 기대했다. 욕심도 많지. 이번 자리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운영하는 문지문화원 에서 '내가 쓴 시 내가 쓸 시'라는 단기강좌다. 이성복, 김정환, 김혜순, 최승호 시인이 매주 초대된다. 첫 시간에 이성복 선생님이 오신 거다. 어울리게도, 가장 추운 겨울날, 살을 에는 고통의 날. 나는 ..
박정대 시인- 낭만생활자의 기록, 네 권의 시집 낡은 노트 한 권. ‘마드리드행 야간열차’라는 친필 제목이 멋스러움을 더한다. 안쪽에는 파리의 지하철 표, 몽펠리에 공원 댓잎, 체게바라 엽서 등 일상에서 주운 낭만조각이 서리서리 담겨있다. 빛과 바람과 손때로 모서리가 다 닳았다. 문학소녀의 다이어리라 하기엔 농익었고, 순례자의 기록이라 하기엔 풋풋하다. 이 탐나는 물건은 누구의 것인가. 이 풍진세상을 살아가려면 낭만은 물처럼 매일 취해야한다고 말하는 시인 박정대의 소지품이다. ‘낭만’을 ‘물’로 알고 산 오류야 말로, 그를 지극한 낭만생활자로 만들었으리라. 낭만은 길을 묻지 가능성을 묻지 않는다 초판 1쇄 발행 2007년 3월 20일.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수상시인 박정대의 네 번째 신작 시집 . 목차를 폈다. 고독행성, 나의 아름다운 세탁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