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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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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읽다 -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비닐 천막을 걷어내자 두어 평 남짓 평상이 휑하니 드러난다. 이중 삼중으로 깔려 있던 돗자리 바닥 아래 플라스틱 지지대 사이엔 여름휴가철 해변처럼 쓰레기가 나뒹군다. 스티로폼 조각, 캔 음료, 빵 비닐들, 그리고 딱딱하고 거무튀튀한 고양이 똥이 발견됐다. “이게 주범이었어!” 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농성장. 709일 만에 대청소를 유발한 주된 요인은 고양이(배설물)다. 농성장을 드나들던 고양이 서너 마리가 좁은 틈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는 바람에 쿰쿰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찬바람도 불어오니 월동 준비 겸 대대적인 리모델링 계획을 세웠다.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대청소 공지를 보고 나는 슬그머니 출동했다. ⓒ시사IN 이명익“의사란 이름을 떠난 지 5년쯤 됐어요. 그런데 인..
한겨레 기고 - 반도체 소녀의 귀향 공유프린트크게 작게영화 을 보는 동안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일본군의 (성)폭력으로 인한 비명과 무자비한 총성이 길고 셌다. 무구한 소녀와 잔인한 일본군의 선악 대비, 그 단순한 서사의 프레임은 생각을 몰수하고 통증을 일으켰다. 이런 궁금증이 남았다. 왜 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범하고 죽이게 되었는가. 존재를 침범당한 인간은 또 어떻게 존엄을 추스르고 일상을 살아갔는가.극장을 나와 핸드폰을 켜니 문자가 와 있었다. 내일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린 고 황유미씨의 9주기 추모제가 열린다는 내용이다. 아, 은 끝나지 않았구나. 여기에 또 하나의 악이 있고, 또 하나의 기막힌 죽음이 있고, 귀향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소녀상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묵직했다. 이튿날, 서울 강남역..
삼성노동자 자살 "12시간 근무 기본…나 죽었다" '삼성LCD 고 김주현님(남,26) 빈소 순천향천안병원에 와 있습니다. 사측관리자들 말고는 너무도 적막하네요. 조문, 내일 11시 기자회견, 반올림카페에 격려글 올리기 등 마음과 힘을 모아주세요.' 어제 오후에 공유정옥 활동가에게 문자가 왔다. 삼성전자 직원이 또 죽었다니 무슨 일인가 기사를 찾아봤다. 하루 12시간-15시간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한 26세 남성의 자살이다. 전혀 몰랐다. 포털화면에는 삼성가재벌녀 이부진 이서진의 패션감각 분석 기사가 떠있었다. 그동안 삼성에서만 100여 명의 노동자가 죽었고 죽어 가고 있으며 죽을 것이다. 전에 삼성일반노조 위원장님이 삼성전자에서 직원 뽑는 방법을 들려주셨다. 실업계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관광버스에 태우고 가서 강도 높은 체력테스트를 거친 이들만 합격시킨다..